"저녁 장사보다 물 절약이 우선"…단축 운영 들어간 강릉 식당

시민들 "쉽지 않은 결정 대단" 칭찬 일색
카페선 생수로 커피 내려…자발적 물 절약 동참 잇따라

28일 강원 강릉시 구정면의 한 뷔페식당에 단축 운영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8.29/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릉시민으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저녁 영업을 잠시 멈추기로 했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가 이어지고 있는 강원 강릉에서 한 뷔페식당이 물 절약에 동참하기 위해 저녁 영업을 스스로 접는 '통 큰 결정'을 내려 화제다.

강릉시 구정면에 위치한 해당 식당 관계자는 최근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점심만 운영한다"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지만 이해와 협조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업주는 앞서 1호점 성격의 매장도 코로나 팬데믹이 겹쳐 경영난 속에 문을 제대로 열지 못했지만, 손님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업주는 글에서 "이번에도 시민들과 어려움을 함께하고 싶었다"며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인데 후련하다"고 전했다.

실제 28일 이 식당 입구엔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소식이 퍼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생업을 희생하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 보낸다" "이런 가게야말로 응원받아야 한다"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누군가는 장사를 늘리고, 또 누군가는 줄이며 버티는 요즘. 강릉의 이 작은 식당은 저녁 장사를 접는 방식으로 지역의 갈증을 함께 덜어내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세대별 수도 계량기를 절반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 조치를 시행 중이다. 열흘째인 이날 주요 상수원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5.7%다. 시는 저수율이 15% 밑으로 떨어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농업용수 공급도 추가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카페에서 사장 김하늬 씨가 200mL 생수를 이용해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뉴스1 DB)

상황이 이렇자 이주식당 업주 외에도 시민들의 자발적 물 절약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홍제동의 한 감성카페 사장 김하늬 씨는 사비를 들여 생수를 비축해 커피를 만들고 있다. 매장 한쪽에는 뜯지 않은 200mL 생수 묶음이 50개 넘게 쌓여 있다.

김 씨는 "오봉저수지가 바짝 마른 걸 직접 본 뒤 절수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정수기를 꺼두고 생수를 쓰고, 물이 많이 드는 식기세척기 사용도 자제하기 위해 설거지를 한꺼번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생수를 비축하는 데만 사비 30만 원가량이 들었다.

임당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고성민 강릉청년소상공인협회장도 정수 대신 500mL 생수를 손님상에 내놓고 있다. 물 절약에 동참하기 위해 정수기 사용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고 회장은 "물 부족이 심각해진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설거지나 조리에 물을 안 쓸 수는 없으니, 식수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점심시간 강원 강릉 임당동의 한 식당 냉장고에 손님상에 나갈 생수가 가득 채워져 있다. (뉴스1 DB)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