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다녀온 썸녀 걸러라? '왜곡된 여론'에 우는 양양 상인들

현수막엔 '루머 반박' QR코드…"양양 그런 곳 아냐"
상인들 매출급감 등 피해 호소…지자체도 칼 빼들어

22일 강원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수욕장에 악의적 여론에 반박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7.22/뉴스1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가짜뉴스가 양양을 아프게 합니다."

"왜곡된 이야기로 양양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양양이 핫한 건 사실이지만, 온라인에 떠도는 것은 조작된 여론입니다."

올여름 성수기가 본격 시작된 지난 22일 오후 1시쯤 강원 양양 인구해수욕장.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울특별시 양양구'라고 불리며, 멋진 몸매의 서퍼가 서프보드를 들고 해변을 거닐고, 백사장 라운지에서는 하루 종일 힙한 음악이 울려 퍼지던 이곳은 이날 피서객 하나 없이 휑한 모습이었다.

힙한 느낌의 가랜드가 주렁주렁 걸려있던 해변 소나무엔 이날 'MZ 성지'엔 어울리지 않는 현수막이 10여 개 걸려 있었다. 모두 온라인상 유포되고 있는 양양의 '문란한 이미지'가 왜곡됐으며, 일부 주장은 악의적 여론 조작임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현수막은 인근 상인 10여 명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현수막엔 QR코드도 첨부돼 있었다. 이를 스캔하면 '양양 피해자 단체'가 게시한 '[긴급공유] 양양을 무너뜨리려는 조직적인 여론조작의 실체'라는 영상이 뜬다.

영상엔 '양양 서핑 해변을 찾은 여성이 흑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커뮤니티 게시글이 조작임이 밝혀졌다는 보도 내용이 나오며, 관련 내용이 거짓임을 강조하고 있다.

22일 강원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수욕장에 악의적 여론에 반박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7.22/뉴스1

또 이 단체는 영상을 통해 왜곡된 정보가 특정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서 퍼졌던 '최근 양양마케팅 근황'이라는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글쓴이는 지역 상인이 제작한 '아직도 양양 가면 안 된다는 사람들 주목. 정확한 이유 알려드림' 이라는 카드뉴스 형태의 게시물을 두고 "양양 레저업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린 자료"라며 "레저업체들이 '양양에 올 수도 없는 못생긴 사람들이 양양을 비하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카드뉴스를 일대 상인들이 만들고, 각자 SNS에 업로드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상인들은 해당 게시물이 동일한 시간대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게시됐고, 비정상적인 속도로 조회수와 댓글 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주장한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를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하는 등 잠적한다는 것이다. 즉, 조직적인 움직임이라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양양 관련 마약 루머나 성적인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던 카드뉴스 형태의 게시물. 이 카드뉴스는 일대 상인이 여론 반박과 관광 홍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이 게시물이 '양양 레저업체 관계자들이 대중을 비하했다'는 식으로 다시 퍼졌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상인들은 이런 이미지가 일반 대중에게 깊이 각인돼 인구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고, 일대 상권이 초토화됐다는 주장이다.

인구해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물론 복합적인 이유겠지만, '양양 다녀온 썸녀 걸러라' 식의 문란한 이미지, '마약 소굴' 등 범죄의 온상 같은 이미지에 최근 방문객이 급감하고 있다"며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도 안된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상인 B 씨는 "이런 분위기가 이미 작년부터 강해지면서 매출 급감이 시작됐다"며 "올해는 장사를 접은 업장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인구해변 근처 식당, 서핑샵, 게스트하우스 곳곳 '임대 문의'가 붙은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여름 성수기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5개 시군은 모두 해수욕장 방문객이 늘었지만, 양양(69만 1160명)만 유일하게 직전 해(76만 7560명)보다 방문객이 10% 남짓 줄어들기도 했다.

물론 인구해수욕장 등 지역 피서객 급감은 코로나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많다. 상인들도 이를 알고 있지만, 이 같은 '왜곡된 여론'이 우는 아이 뺨을 때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섶세권' 'MZ 성지'로 불린 양양군 인구해변의 여름밤 모습.(뉴스1 DB)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양양군은 최근 SNS 중심으로 허위 사실과 악의적인 루머로 인해 지역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며 유포자 색출에 나선 상태다.

군 관계자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 확산으로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의 서핑샵, 음식점, 숙박업소 등 주요 관광업종이 폐업 위기에 몰리는 등 상권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군은 지역경제와 군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또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온라인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허위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양양군은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많은 군민들이 근거 없는 온라인 루머로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허위 정보를 유포한 이들에게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어 군의 명예를 회복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강원 양양군 현남면 인구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