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번의 울림, 한 사람의 생명’ 살리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김승룡 강원도소방본부장

김승룡 강원도소방본부장.(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위험은 항상 방심할 때 찾아온다"는 말처럼 우리가 잠든 고요한 시간에도 불은 깨어 움직이며 위협한다.

지난 6월과 7월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우리에게 깊은 슬픔과 경각심을 안겨줬다. 노후 아파트에서 시작된 불길은 잠든 가족을 단 몇 분 만에 덮쳐 어린이 4명을 포함한 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 6명의 생명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하지만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면 그 결과는 분명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화재는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경보기는 생명을 깨우는 소리를 낸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연기를 감지하는 즉시 강력한 경보음을 울려 귀중한 대피 시간을 확보한다.

설치 비용은 커피 한두 잔 값에 불과하지만, 그 가치는 그 어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다.

작은 경보기 하나가 큰 생명을 지킨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기기 설치를 넘어 우리 모두의 “생명 가치”를 지키고 생명 존중 문화”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이 문제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 도에는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단지가 397개에 달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파트들도 많다.

이러한 곳들은 상대적으로 피난 구조가 취약하고 고령층 거주 비율이 높아 화재 발생 시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취약 가구 안전에 대한 관심은 강원소방의 최우선 과제다.

일각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구조적 한계로 인해 당장 모든 곳에 설치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따라 노후 아파트에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같이 간편하면서도 실용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강원소방은 이러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이달부터 시·군 등 유관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노후 아파트를 위한 종합적인 화재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감지기 및 소화패치 보급, 화재 대피 훈련, 전기·가스 안전 점검에 이르기까지 생활 밀착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아동 돌봄 시설과 취약 가구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협업을 통해 화재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는 ‘작은 실천’ 앞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집에 혹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면 오늘 바로 설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대피가 어려운 가족이 계신다면 방연마스크와 자동소화 패치 등도 함께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달라.

화재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에 대비하는 준비는 지금 누구나 할 수 있다. 작은 경보기 하나, 콘센트 위 소화 패치 하나, 그리고 생활 속 안전 수칙 준수가 소중한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우리 사회에 생명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취약 가구 안전을 함께 돌보는 성숙한 생명 존중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원한다. 화재 없는 안전한 여름, 모두의 평안을 기원한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