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잠든지 45년…'속초해경 72정' 이번엔 귀환할까
1980년 다른 경비함과 충돌로 침몰…승조원 17명 전원 사망
18일 고성 앞바다서 인양 가능성 확인 현장 조사
- 윤왕근 기자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 "30대 청춘에 영원히 머무른 형, 유해라도 돌아오길 바랍니다."
1980년 1월 속초해경 경비정 72정 침몰사고로 순직한 고(故) 조병섭 경장의 동생 조병주(62) 씨는 18일 오전 강원 고성 거진항 일대 해상에서 열린 현장 조사를 차분히 지켜봤다.
45년 전, 형 병섭 씨는 기상악화 속에서 함정을 지키다 차가운 바다에 묻혔다. 당시 까까머리 고등학생이었던 동생은 황혼을 바라볼 나이가 됐지만, 30대 청춘에 머무른 형의 유해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사고는 1980년 1월 23일 오전 5시쯤 고성 거진항 동쪽 4.6㎞ 해상(2.5해리)에서 일어났다.
당시 조병섭 경장 등 해양경찰관과 전경 17명이 타고 있던 해양경찰 소속 60톤 급 '72정'은 어로 보호 임무 중 같은 해경 207함과 충돌했다. 급격한 기상 악화로 짙은 안개에 높은 파도가 치면서 기계 고장으로 선박이 충돌한 것이다.
침몰한 선체에 갇힌 17명 전원이 숨진 큰 사고였지만, 신군부 초기 당시 일어난 사고라 조사는 커녕,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이 사고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고 발생 39년 만인 2019년 한 언론보도를 통해서다. 같은 해 4월 2일 72정을 찾기 위해 수색을 시작한 해경은 침몰 추정 해상에서 북쪽 1㎞ 떨어진 곳에서 사고 선체를 찾았다. 다만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모두 삭감되면서 인양 등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후 고성을 지역구로 둔 이양수 국회의원 등이 국정감사를 통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고, 올 4월 29일 해군 포화 잠수 지원요청을 거쳐 이날 선체 인양 가능성을 확인하는 현장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이날 조사에는 해군 5600톤 급 잠수함 구조함인 '강화도함'과 포화잠수 요원들이 수심 100m 아래 선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속초해경은 인근 1㎞ 해상에서 안전 통제를 맡았다.
해군 잠수사는 인원이송캡슐(PTC)을 타고 선체에 접근해 침몰 선체 주변을 약 1시간 30분 동안 정밀 탐색했다. 수색엔 원격조종로봇(ROV)도 동원돼 45년 전 그날의 흔적을 찾아내려 애썼다.
보안 상 접근이 제한된 현장에선 수중 상황이 담긴 영상과 음파 탐색 자료가 통제실로 실시간 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 해경들 역시 지근거리에서 수색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최승영 속초해경 홍보담당은 "오늘 해군의 협조로 이뤄진 탐색 결과가 나오면 연구용역 수립 여부 등 향후 조치 계획이 나올 것"이라며 "해경 후배들은 순직한 선배들이 지켰던 바다에서 뜻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양을 위한 사전 연구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결과를 토대로 최종 인양 가능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유족들도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조병주 씨는 "새로운 정부 들어서 다시 한번 이 사건 인양 가능성을 검토해줘서 감사하고, 해군과 해경 관계자에게도 고맙다"며 "이제 유족들이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한 분의 유해라도 찾아 고향으로 보내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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