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월급 반씩 나누자"…대리 입대 20대, 집유 선고 이유

대리 입대 적발 처음…병무청 전수 조사 파문 일었던 사건
재판부 "생활고로 범행…피고인 정신질환 영향 준 것 참작"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입영 예정자와 군인 월급을 나누기로 하고 병무청 직원들을 속여 대리 입영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 13일 사기,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 씨(27)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입영과 관련된 국가 행정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은 이미 공상 판정을 받아 전역한 자로서, 입영 대상자의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고, 생활고로 인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에게 급여 수령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피고인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고, 구금 생활을 통해 잘못을 반성하고 치료를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조 씨는 지난해 7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20대 초반 A 씨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병무청 공무원들을 속이고, A 씨 행세를 하며 입영 판정 검사를 받은 뒤 같은 달 16일 강원도의 한 신병교육대에 입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입소 과정에서 입영 대상자의 신분증을 통한 신원 확인 절차가 이뤄졌으나, 당시 군 당국은 입영자가 바뀐 사실을 알아차리진 못했다.

조 씨는 입대 후 A 씨 명의로 8~9월 병사 급여 총 164만원을 받았다. 그러다 이후 A 씨가 병무청에 “두렵다”며 자수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그는 A 씨 대신 입대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군에서 지급받은 급여를 A 씨와 나눠 사용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2021년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한 뒤 공상 판정을 받고 전역한 신분이었다.

한편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대리 입대'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무청은 이 사건 이후 대리 입대와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나, 유사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