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교육청-·전교조 '석달째 대치'…해결 방안 없나?
전임 교육감 시절 전교와 맺은 협약 실효 선언 후 갈등 증폭
-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강원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의 단체협약 실효선언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인 지 100일가량이 됐으나, 여전히 양측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7시 30분 강원 지역의 한 A 고교를 찾은 신경호 교육감은 수능을 앞둔 학생들을 격려하고 나오던 길에 전교조 강원지부와 만났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단체협약에 대한 실효통보에 대한 비판하면서 신경호 교육감에게 항의를 이어갔다. 신 교육감과 수행원들은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고, 전교조 강원지부 조합원은 비판을 이어가면서 10여명이 좁은 공간에서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신경호 교육감은 넘어졌고, 즉각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은 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신경전이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같은 충돌에는 지난해 10월 28일 도교육청이 전임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시절이던 지난 2021년 전교조 강원지부와 체결한 단체협약의 실효선언 이후 부터다.
단체협약에는 초등 진단평가와 일제평가 금지, 다양한 교과 및 예체능분야 경시대회 금지, 교육감 및 교육장 표창 폐지, 토요일 방과 후 교실 운영 금지가 포함됐다.
보수성향의 신경호 교육감은 취임 이후 단체협약이 도교육청의 권한을 침해, 제한한다면서 갱신을 요구했다. 이후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2023년 단체교섭을 위해 교섭소위원회를 8회, 본교섭을 2회에 걸쳐 진행했으나, 합의한 안건은 27건(5.2%)에 불과했다.
도교육청은 단체협약 사항 중 430건을 삭제(수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전교조는 89건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하며 양측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실효선언 통보 당일 오후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춘천 동면 장학리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실에서 본교섭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았으나, 시작한 지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파행으로 끝났다. 전교조 강원지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교조 강원지부 조합원들과 시민단체들은 도교육청에 근조화환 10여개를 주문, 설치했다. 이에 반발한 도교육청 직원들은 배달차량 기사에 근조화환을 다시 싣고 갈 것을 요구했고, 전교조 강원지부는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 강원지부는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단체협약 실효선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제단 위에 ‘강원교육’이 쓰인 영정과 초를 놓고 곡소리를 냈다. 양측이 충돌하면서 교육청 일대는 신 교육감을 지지하는 현수막과 반대 현수막이 빼곡히 달리기도 했다.
신경호 교육감이 병원에 입원하자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각각 전교조를 규탄하는 발언과 유감문을 내면서 불길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13일간 입원했던 신경호 교육감은 수능 전날 도교육청으로 복귀해 도내 수험생들을 챙겼다.
지난해 말 새 지도부가 들어선 전교조 강원지부는 도교육청에 교원 소송비용 지원 액수 현실화를 촉구했고, 도교육청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교육청 교육연수원이 에 배정된 교사 자격연수 강사가 선정 규정에 맞지 않는다면서 교체를 요구하면서 도교육청과 전교조의 긴장감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답했다. 전교조 강원지부 관계자는 "현재 도교육청과 아무런 소통이 없는 상황이다"면서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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