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늘길 끊긴지 닷새째…다시 '유령공항'된 양양공항

텅텅 빈 대합실…군데군데 조명 꺼져 '을씨년'
10월 말까지 예약 3만8000명…지자체 잇단 지원 무색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 닷새째인 24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대합실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5.24/뉴스1 윤왕근 기자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둔 플라이강원이 경영난으로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양양국제공항이 또 다시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이 붙을 위기에 처했다.

플라이강원이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지 닷새째인 24일 오후 양양군 손양면에 위치한 양양국제공항 청사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공항의 유일한 국내 정기노선이었던 양양~제주 노선이 지난 20일부터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청사 내부에 들어가니 더욱 적막감이 돌았다.

주말 즈음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붐볐던 국내선 대합실은 텅텅 비어 있었고, 체크인 카운터에는 안내직원 하나 없이 썰렁했다.

청사 내 조명도 군데군데 꺼져 있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더했다.

플라이강원의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으로 하늘길을 이용하려던 소비자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양양공항에서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강릉의 한 고등학교는 운항 중단 안내를 받고 부랴부랴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도 했다.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 닷새째인 24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5.24/뉴스1 윤왕근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플라이강원 운항 항공편 예약 현황은 5월 말까지 양양~제주 노선 7000여명, 10월 말까지 국제선 포함 약 3만8000명에 달한다.

플라이강원 측은 운항을 중단한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국내선 예약 승객에 대해 1인당 편도 10만원, 교통비 3만원의 보상비를 지급하고, 같은 기간 양양공항~원주공항 간 임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 중이다.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9년 11월 첫 취항했다. 취항 당시 지난 2002년 개항 이후 '유령공항'의 오명이 붙은 양양공항의 부활과 관광산업 활성화 등이 기대됐으나 취항한지 얼마 안돼 사상 유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경영난에 봉착했다.

플라이강원은 2020년 317억원, 2021년 158억원의 영업손실을 겪은 뒤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 기간 임금 체불과 항공기 임대료 체납 등 채무약만 440억원에 달했다. 강원도는 지역 유일 국제공항을 모기지로 둔 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145억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과 코로나19 방역완화로 플라이강원과 양양국제공항은 다시 활발한 모습을 되찾는 듯 했다.

실제 지난해 양양국제공항 이용객은 개항 이후 역대 최다인 38만명으로 기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등이 완화되면서 이용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2년 개항 첫해 21만7115명을 기록한 양양공항의 종전 최다 이용객 수는 2014년 25만3269명이었다. 역대 최소 이용객은 2009년 3085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24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었다.

올초 만 해도 중국 신규노선 취항을 준비하는 등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누적된 부채와 인바운드 시범공항 지정 취소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운항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 닷새째인 24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내부에 적막감이 감돈다. 2023.5.24/뉴스1 윤왕근 기자

플라이강원은 현재 서울회생법원에 매출 감소로 인한 부채 누적과 운항 중단에 따른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기업 회생 개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양양군은 플라이강원 기업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해당 항공사의 재기를 위해 20억원의 운항장려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 직후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 왔다.

양양군의회는 지난 23일 운항장려금 지원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의회는 "실질적으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함에 있어 항공사업 정상화에 대한 자구노력과 사업계획의 합목적성 등을 고려해 운항장려금 , 절차적 적법성을 명확히 판단하고, 지원에 상응하는 혜택이 군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며 “플라이강원은 경영난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국내선과 국제선이 운항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는데도 양양군은 조급히 운항장려금을 지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민의 재산인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반드시 책임지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운항장려금 20억에 대한 회수 방안과 현재 사옥으로 사용중인 토지 회수, 건축물 처리 방안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 닷새째인 24일 양양국제공항 주차장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5.24/뉴스1 윤왕근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