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현 교수 “강원 닥터헬기, 중증환자 골든아워 지킨다”
출범 1년 반…400회 출동·환자 사망률 47% 낮춰
계류장 확보, 요청 5분 내 출동 등은 향후 해결과제
- 권혜민 기자
(원주=뉴스1) 권혜민 기자 = 강원 닥터헬기가 출범 1년 6개월 만에 출동 400회를 앞뒀다.
강원도는 손상사망률이 전국 평균의 2.5배, 병원 도착 전 사망률이 2배에 달하는 반면, 응급센터까지의 1시간 내 이송율은 27.8%(전국 평균 76.2%)에 불과해 의료취약지대로 꼽히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산악지역이 많은 강원, 충북은 물론 최근 경기 일부지역 중증응급환자를 신속,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닥터헬기를 도입해 환자 사망률을 절반 가까이 낮추고 400회 가까이 출동한 1년 6개월 동안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려 왔다.
뉴스1 강원취재본부는 20일 대한응급학회 이사장이자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로 있는 이강현 응급의학 전문의를 만나 강원 닥터헬기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도입으로 골든아워(Golden Hour)가 무엇보다 중요한 중증외상환자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러 가는 것”이라며 “헬기를 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하면 그간 우리가 이송한 400명의 환자 중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게 나일수도 있고 나의 가족일 수도 있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사명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다.
-강원 닥터헬기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간 성과는.
▶강원 닥터헬기가 2013년 7월5일 출범해 400회 출동을 앞두고 있다. 첫해 보통 150~200건의 출동을 하는데 우리는 256건을 했다. 지역에서 닥터헬기에 대한 요구가 많은 편이다. 강원도는 지역이 넓고 운송시간도 많이 걸리다보니 오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닥터헬기는 1분에 4~5km, 20~30분 안에 100km를 갈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빨리 이송할 수 있다. 환자를 살리는데 중요한 것은 현장에 빨리 가서 환자를 빠른 시간 안에 모셔오는 것과 응급학전문의가 현장에서부터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다. 또 중환자이기 때문에 병원에 와서 수술을 빨리 해야 한다. 심근경색의 경우 막힌 부분을 빨리 뚫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닥터헬기에 의사가 직접 타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 수술 준비를 빠르게 시킬 수 있다.
그간 외상환자 이송 건을 조사해보니 119 구급대에서 환자를 이송할 때 보다 닥터헬기로 이송할 때 99분을 단축시켰다. 중환자들의 병원 간 이송의 경우, 병원에 와서 수술에 들어가거나 중환자실로 들어가기까지 74분이 단축된다. 또한 구급차로 이송할 때보다 중증외상환자 사망률이 47% 정도 낮아진다. 비슷한 조건이라도 구급차로 이송할 때보다 헬기로 이송할 때 시간을 단축시킨 것이 성과다.
-‘골든타임(Golden Time)’의 중요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닥터헬기가 골든타임에 미치는 영향은.
▶‘골든타임’이라는 것은 시간이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중증외상한자의 ‘골든아워(hour)’가 중요하다. 다치고 수술장까지 1시간 안에 들어가야 환자의 사망률을 50% 줄일 수 있다.
지역적으로 먼 거리에서 환자가 발생한다면 이것을 지키기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닥터헬기를 통해 3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중환자 발생했을 경우 이송시간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골든아워’가 적용되는 중증외상, 심근경색, 뇌종줄, 중증 패혈증 등의 환자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제일 먼 곳이 강원 인제, 정선, 태백, 영월, 충북 제천, 단양, 경기 이천 등인데 이런 곳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송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 의사 7명, 응급구조사 10명이 있고 돌아가면서 팀을 짜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현재 닥터헬기 운영 상 애로사항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현재 우리의 목표는 ‘요청 후 5분 내 출동’이다. 그러려면 닥터헬기가 병원 옥상에 대기하고 있다가 의사들이 바로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공운항 여건상 어려운 현실이다. 헬기가 이착륙하고 기름을 넣고 하는 것이 소방법에 걸리다보니 제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애로사항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헬기 출동 연락이 오면 우리는 원주천 둔치로 가서 헬기를 타서 현장으로 이송해 환자를 태우고 돌아올 때도 둔치에 착륙해 병원으로 구급차를 이용해 이송해 온다. 옥상에서 이착륙하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둔치에서 병원까지 걸리는 10분 또한 단축시킬 수 있다.
계류장도 필요하다. 현재 계류장은 병원과 떨어진 문막 양궁장에 있다. 현재 부지를 찾고 있는데 병원이 도심에 있고 하다 보니 마땅한 부지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 것은 도와 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헬기는 소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부분에서 병원 이용객이나 시민, 도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헬기를 타면 귀가 계속 멍멍하다. 그렇다고 닥터헬기를 없애버리면 생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러 가는 것이다. 사실 헬기는 위험하다. 만약 바람이 불어 헬기가 추락하면 큰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출동을 안 하면 그 동안 400명 중에 많은 분들을 살렸는데 이 분들이 다 돌아가시게 되는 것이다. 그분들이 나일수도 있고 나의 가족일 수도 있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많다. 대부분 중환자였기 때문이다. 한달 전 방송에 나온 케이스가 있다. 안동에서 12살짜리 아이가 자전거에 부딪혀 골반 출혈로 거의 쇼크상태까지 갔었다. 사망 직전에 안동병원에서 그 환자를 단양으로 태워왔고 우리는 단양으로 가서 환자를 이송해와 바로 수술을 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인력을 갖춘 권역외상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중증환자는 현장에서 빨리 이송해 빨리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에는 수술방이 꽉 차면 대기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상센터가 늘 열려있고 의사팀도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바른 수술이 가능하고 시간도 단축시키게 됐다. 내년 쯤 권역외상센터 오픈식을 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중증환자들이 시간을 놓치지 않고 빨리 병원으로 오는 것이다. 지금 시스템은 우리에게 연락이 오면 출동하는 식인데 연락오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119구급대 측에서도 우리에게 연락을 빨리 해야하고, 환자들도 빨리 인근병원으로 가던지 119로 연락해 빨리 헬기요청을 해야 한다.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혈관을 빨리 뚫어주지 않으면 심장 근육이 죽어버린다. 빨리 와서 시술, 치료, 수술 등을 해야 한다.
도민들이 이런 병을 확실히 인지하기 위해 홍보도 필요하다. 몸 한쪽이 마비되거나 10초 이상 팔을 들고 있지 못할 때, 안면근육 마비나 말이 어눌해지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면 3시간 이내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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