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살해 80대 첫 재판…유족 "치매 감경, 두 번 죽이는 것"
혐의 부인, 정신감정 신청…피해자 아들 "인지능력 뚜렷"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정신감정이라뇨, 치매 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감경 사유를 찾는 것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10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84)에 대한 첫 공판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상빈) 심리로 열렸다.
집 앞을 지나던 70대 이웃을 자기 집 마당으로 끌고 가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해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A 씨가 치매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이후 증상이 더 진행됐다는 취지다.
이에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피해자의 친아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의 친아들은 "70대 천식 환자인 아버지가 가해자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돌아가셨다"며 "아버지는 평소 조금만 공기가 나쁘거나 감기에 걸리면 가슴을 쥐어짜고 숨을 헐떡였고 약과 호흡기에 의지하던 약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는 사건 이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신창이가 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 지난주 눈을 감으셨다"며 "평생 법 없이도 살던 아버지가 끔찍한 범죄의 대상이 돼 하늘나라에 가신 것에 대해 남은 가족들은 큰 슬픔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신감정 신청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웃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A 씨는 수년 동안 농사일을 해 힘이 장사였으며, 농사 수확량을 계산하고 대가를 현금으로 셀 정도로 인지능력도 뚜렷했다"며 "그런데 정신감정을 신청하고, 치매 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감경 사유를 찾는 것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로 평온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만신창이가 됐다. 누나와 어머니, 고모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며 "이웃 주민들 역시 A 씨가 다시 돌아와 다른 사람들을 해할까 두려워해 이사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의 판결문 한 줄이 피해자 가족의 삶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며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치매 등의 상태가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형에 반영할지는 별도로 판단하게 된다"며 "유족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게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 7월 31일 오전 7시 20분께 전북 익산시 모현동 자신의 주택 대문 앞을 지나던 이웃 주민 B 씨(70대)를 마당으로 끌고 간 뒤 흉기로 찌르고 둔기로 내려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으로 복부와 얼굴, 머리 등을 크게 다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인 지난 4일 끝내 숨졌다.
A 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나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A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B 씨가 숨지면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도 이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A 씨 측의 양형 자료 제출 등을 위해 재판을 한 차례 속행하기로 했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1일 열릴 예정이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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