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담임교사 면담 몰래 듣고 녹음한 학부모 '집행유예'
법원 "부모라도 대화 참여 않은 제3자…교사 동의 없는 녹음 위법"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자녀와 담임교사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몰래 듣고 녹음한 학부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정현우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43·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1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자택에서 아들 B 군과 통화 상태로 연결해 놓는 방법으로 아들과 담임교사 C 씨의 대화를 몰래 듣고 녹음까지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B 군은 교사 연구실에서 C 씨와 면담 중이었다.
법정에 선 A 씨는 "아들과 통화하던 중 면담 내용을 들어달라는 요청에 따라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제3자로 볼 수 없다"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행위였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아들과 통화 중이었다 하더라도 담임교사에게 자신이 대화 내용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A 씨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모인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B 군과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담임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이들 사이의 대화를 청취·녹음할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A 씨가 자녀 보호를 위해 녹음한 만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다툼이 발생한 B 군을 상담하고 지도하려던 상황으로, 교사의 아동학대 등 위법한 행위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녹음에 앞서 B 군으로 하여금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해 입장을 전달하거나 학부모로서 요청할 수 있었던 만큼 당시 상황이 긴급하거나 녹음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비공개 면담 내용을 청취하고 녹음한 범행은 교사의 사생활과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앞둔 아들의 부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대화 내용이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과는 관련이 적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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