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서 초등생 뺑소니 80대 운전자…"시력 나빠 몰랐다" 했지만

블랙박스 등 확인…법원 "도주의 범죄 의도 충분히 인정"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80대 운전자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정문경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84)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5년 5월 29일 오후 3시 49분께 전북 정읍시 상동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 군(11)을 자신이 몰던 승용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 군은 발목 염좌 등 약 3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법정에서 A 씨는 "이 사건 당시 사고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주의 범죄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에 부딪힌 피해자가 튕겨 나가는 모습이 블랙박스와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된 점, 사고 직후 함께 타고 있던 배우자가 피해자에게 상태를 물어본 점 등을 토대로 A 씨가 사고 당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력이 좋지 않아 사고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사고조사 결과 운전자의 시야에서 피해자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충돌 부위 역시 운전석 쪽 앞 범퍼였다"면서 "피해자가 튕겨 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차의 진동이나 충격음 등을 통해서도 충돌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고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동승자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대화를 듣고도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세 아동인 피해자가 사고 직후 괜찮다고 말했더라도 자신의 부상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보호자에게 연락처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죄 의도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사고 당시 82세의 고령으로 각종 질환에 따른 시력 저하가 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는 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회사를 통해 치료비 등이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를 위해 형사 공탁한 점 등을 토대로 형을 정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사 역시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당시 피해자를 충격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피고인과 검사가 주장하는 핵심적인 양형 요소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 과정과 그 형을 정하는 데 있어 충분히 참작한 것으로 보이며,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