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유물 전시하려고'…주운 수류탄 3년 보관한 다큐멘터리 감독
제주 4·3 다룬 '레드헌트' 등 제작한 조성봉 감독
1심 재판부, 벌금 300만원 선고
- 강교현 기자
(남원=뉴스1) 강교현 기자 = 제주 4·3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헌트' 등을 제작한 조성봉 감독(64)이 산에서 주운 수류탄을 장기간 보관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강대현 판사)은 총포·도검·화약류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감독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조 감독은 지난 2022년 9월 중순께 전남 광양시 백운산 7부 능선 땅속에서 세열 수류탄 1발(소련제 F-1)을 발견한 뒤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자기 집으로 가져가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조 감독은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수류탄을 발견했으나 신고하지 않고, 남원시 자택으로 옮겨 2025년 8월까지 약 3년간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유실·매몰된 총포·화약류 등을 발견하거나 습득한 경우 24시간 이내에 가까운 경찰관서에 신고해야 하며, 경찰공무원의 지시 없이 이를 옮기거나 소지할 수 없다.
조 감독은 산에서 주운 물건의 사진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이를 확인한 경찰의 연락을 받고 수류탄을 반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인 조력 없이 법정에 선 조 감독은 "지리산을 오랫동안 오르내리면서 산이 품고 있는 한국전쟁 직후의 흔적과 기억을 기록해 왔다"면서 "해당 수류탄도 전쟁 유물을 전시할 기록관 건립을 염두에 두고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감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총포나 화약류 등으로 인한 위험과 재해를 미리 방지함으로써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법의 입법 취지와 피고인이 습득·소지한 수류탄의 위험성, 소지 기간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3년 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수류탄을 집에 보관해 왔던 점, 수년간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전쟁 흔적을 수집해 온 것 등에 비춰 가해 목적이 아닌 점, 수류탄 소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순순히 이를 반납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조 감독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조 감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전주지법 제3-3형사부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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