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사 노후 자금 14억 가로챈 60대 여성…카지노에 사채 돌려막기까지
[사건의 재구성] 차용 반복·대출까지 유도…1·2심 재판부, 징역 7년 선고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급전이 필요해, 예전에 빌린 돈까지 합쳐서 갚을게."
지난 2022년 12월, A 씨(60·여)는 지인 B 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이렇게 약속했다. 두 사람은 과거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사이였다. 당시 A 씨는 교육공무직으로, B 씨는 교사로 재직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사실 A 씨는 이미 2002년에 빌려 간 20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갚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B 씨는 당장 형편이 어렵다는 옛 동료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후 A 씨의 요구는 반복됐다. 돈을 빌릴 때마다 "딸 원룸 보증금이 곧 반환된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아파트·토지를 처분해서 갚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 대출 방법까지 제시하며 추가로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B 씨는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대출을 받아 돈을 건넸다. 그러나 빌려준 돈만 커질 뿐 변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B 씨는 "이젠 한계고, 도와줄 방법이 없다. 대출 만기 문자가 와서 다시 연장하고 왔다", "나도 지금 죽을 지경"이라면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A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하며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A 씨가 2022년 1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약 1년 10개월간 B 씨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무려 14억 원에 달했다. 결국 B 씨는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B 씨는 A 씨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미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사채까지 끌어다가 쓴 탓에 매주 1000만 원 상당의 이자를 내고 있었다.
A 씨는 편취한 돈을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는 강원도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A 씨는 매달 적게는 3회에서 많게는 9회까지 카지노를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날에도 카지노를 방문해 도박으로 탕진하기도 했다.
A 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B 씨는 4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면서 노후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모두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매월 600만 원 이상의 이자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편취 금액의 규모,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 전후 태도와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적인 상황 등을 살펴봐도 향후 피해회복 여부도 불투명하다"라면서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종합해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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