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았던 교통사고, 알고 보니 살인사건…범인은 동업자 [사건의 재구성]

폭행 피해 도망치자 차로 치어…1심 징역 12년→2심 15년

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작년 6월 9일 오전 11시 5분께 전북 군산시 옥서면의 한 도로에서 승합차가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원이 마주한 현장은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사고 차량은 도로 옆 전신주를 들이받은 채 멈춰 있었지만, 운전자 B 씨(50대)는 차 안이 아닌 도로 위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경찰은 B 씨가 홀로 차를 운전하다 전신주를 들이받아 숨진 사고로 인지했으나, 현장 정황을 수상히 여겨 추가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을 통해 이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바뀌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곧 용의자 A 씨(63)를 검거했다. A 씨는 B 씨와 수년 전부터 함께 사업을 해온 동업자였다.

사연은 이랬다. 수산업에 종사하던 A 씨는 같은 업종에서 일하던 B 씨와 꽃게 수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물량 확보 문제 등을 두고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A 씨가 무리해 물량 확보 등 노력하는 와중에 B 씨가 다른 업자로부터 물건을 조달받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은 이 문제로 만나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이는 곧 폭력으로 이어졌다. A 씨는 차 안에 있던 둔기를 들어 B 씨를 폭행했다. 좁은 차 안에서 이어진 폭행을 피해 B 씨는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A 씨는 운전석으로 옮겨 앉아 승합차를 몰고 B 씨를 향해 돌진했다.

둔기 폭행을 당한 상태에서 차에 들이받힌 B 씨는 도로 위에 쓰러졌다. 크게 다친 그는 결국 숨졌다. A 씨는 차를 그대로 둔 채 도주했다.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한 A 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군산시 소룡동의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덤프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둔기로 폭행한 것도 모자라 차 밖으로 피한 피해자를 차로 들이받아 살해하고 현장을 벗어난 피고인 범행은 그 수법과 경위, 범행 이후 정황을 살펴볼 때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 씨와 검사는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형과 누나와 합의했으나, 유족의 지위와 합의금 액수에 비춰 피해자의 용서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다 숨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기보다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