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죽음에 자백 번복한 계부…'살해 혐의' 벗었으나 '책임'은 남아

[사건의 재구성] 1심 징역 22년→항소심 징역 13년 감형
아동학대 살해 '무죄'…아동학대 치사·상습아동학대 '유죄'

ⓒ 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아들을 지키기 위한 허위 자백이었습니다. 진범은 숨진 피해자 친형입니다."

10대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41)가 항소심 법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1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던 그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돌연 진술을 번복하며 범행 주체를 큰아들로 지목했다.

반면, 계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의붓아들은 "아버지가 시켜 동생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6일 A 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구형에 앞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숨진 중학생 B 군이 형 C 군(10대)의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전제로 A 씨가 직접 폭행하지 않았더라도 C 군의 폭행을 인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거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B 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 검사는 최종의견 진술에서 "피고인은 경찰 조사와 1심 재판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사망진단서와 부검 결과, 다수의 참고인 진술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며 "피해 아동은 반복적인 신체·정서적 학대를 받아왔고, 그 정도와 기간 모두 중대하다"고 말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부모의 지위에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했고, 범행 후에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이 자리가 남은 가족과 떠나간 아이에게 진실을 규명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혼선을 준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당시에는 큰아들(C 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큰아이의 한순간 실수가 그 아이 인생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여겨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그 어떤 사죄와 보상으로도 속죄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남은 가족들을 위해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24년 1월 31일 전북 익산시 소재 자택에서 의붓아들인 B 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A 씨가 B 군 머리를 손으로 때리고 발로 복부를 걷어차는 등 수십 차례 폭행했다"고 적시했다. A 씨가 평소 비행을 일삼던 B 군에 대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A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A 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1심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 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

이달 11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A 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직접적인 폭행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아동학대 치사 및 상습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폭행은 큰아들 C 군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C 군은 경찰조사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이 수차례 번복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로 밟았다거나 C 군에게 피해자 폭행을 지시했다는 점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폭행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증거 등을 종합하면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보호자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큰아들 폭행을 목격하거나 최소한 폭행을 인식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방치했으며, 따라서 피고인의 묵인·방치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선 "피고인이 직접 사망 원인이 된 폭행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평소 학대를 받던 큰아들이 피고인의 반복적 지시와 훈육 속에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돌발적 행동을 벌여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피고인이 과거 자녀들을 상대로 장기간 신체·정서적 학대를 지속한 점, 결국 14세 아동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실을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A 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