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로 매입 후 월 2만8천원 내라"…법원 "주민, 통행료 지급 의무 없어"

"무상 관행 알고 산 땅"…원고 청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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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관행적으로 주민들이 이용해 오던 길을 매입한 뒤 독점적인 사용·수익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민사단독 김정웅 판사는 도로 소유주 A 씨가 이웃 토지 소유주 B 씨를 상대로 낸 통행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소송은 전북 남원시의 한 동네에서 벌어진 토지 분쟁에서 시작됐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일대 여러 토지와 주택을 매입했다. A 씨가 사들인 토지 가운데에는 과거부터 오랜 기간 동네 주민들이 통행로로 이용해 온 도로도 포함돼 있었다.

B 씨는 지난 2024년 경매를 통해 토지와 다가구주택을 낙찰받았다. 문제는 B 씨가 취득한 토지가 주변이 모두 A 씨 소유 토지로 둘러싸여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이른바 '맹지'였다는 점이다. B 씨가 자신의 토지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A 씨 소유의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길을 사용하려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며 사용료를 요구했다.

이 같은 갈등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A 씨는 B 씨를 상대로 "과거 통행료 39만 원과 함께 앞으로 매달 2만 8000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통행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해당 도로는 수십 년 전부터 동네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해 온 통행로로, 종전 소유자 역시 이를 무상으로 제공해 왔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과거부터 주민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해 온 통행로"라며 "이처럼 장기간 무료로 사용돼 온 길에 대해 나중에 토지를 매입한 사람이 독점적인 사용권을 주장하며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부터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가 해당 길을 자신의 토지로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로 사용하고 있더라도 통행료를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