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동료애'…감찰 기밀 흘린 소방 공무원 "힘들다고 연락 와서"

감찰 대상자에 6차례 정보 전달…노조는 '해임 요구', 징계는 3개월
2월 13일 1심 선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2023년 9월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던 전 소방서장에 대한 처분을 정직 3개월로 '솜방방이' 처분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모습. /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나이도 동년배고, 어렵다고 하길래…"

감찰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소방공무원이 한 말이다.

20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소방공무원 A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전주지법 형사6단독(김현지 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업무상 배임과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모 소방정도 함께 법정에 섰다. 김 소방정은 A 씨로부터 감찰 정보를 제공받은 당사자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에 첫 공판임에도 결심까지 진행됐다. 검찰은 두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도 드러났다.

어긋난 동료애였다.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당시 전북소방본부 감찰 부서에서 근무하며 김 소방정에게 감찰 진행 상황 등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정보를 총 6차례에 걸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 소방정은 2021년부터 약 2년간 소방서장으로 재직하며 관용차 연료비 50만 원과 업무추진비 등 총 1600만 원 상당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후 김 소방정의 비위를 문제 삼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징계 결과는 정직 3개월이었다.

이 같은 징계 수위 배경에는 감찰 기밀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 씨가 흘린 정보 덕분에 A 씨는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었고, 정직 3개월을 받는 데 그칠 수 있었다.

노조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감찰 부서 내부에서 조직적인 감찰 무마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고발에 나섰지만, 수사 결과 실제 기소로 이어진 인물은 A 씨 한 명뿐이었다.

논란이 확산했음에도 전북소방본부는 감찰 기밀 유출과 조직적 개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아 비판받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 A 씨는 "김 소방정과 나이도 동년배고, 감찰 때문에 힘들다고 연락이 와서 그랬다"며 "30여 년 동안 화재·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며 성실이 공직 생활을 해왔는데, 그때의 일을 후회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 씨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2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김 소방정은 2021년부터 약 2년간 소방서장으로 재직하며 관용차 연료비 50만 원과 업무추진비 등 총 1600만 원 상당을 157차례에 걸쳐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2024년 설 명절을 앞두고 당시 전북도 부지사였던 B 씨에게 26만 원 상당의 굴비 세트를 선물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B 씨는 김 소방정의 징계 당시 징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봐주기 감찰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