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곳은 창밖뿐이었다…'교제 폭력'이 부른 참극 [사건의 재구성]
반복된 남친 폭행에 20㎝ 창틀로 피신한 여성 사망
폭행치사 등 혐의…1·2심 재판부 징역 4년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2023년 1월 6일 오후 10시께. 전북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남성과 여성이 격하게 다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성이 오간 뒤 문이 '쾅' 하고 닫혔고, 곧이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뒹구는 소음이 이어졌다. 여성의 울부짖는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1시간가량 이어졌는데, 소란은 결국 여성이 빌라 4층에서 떨어져 숨지면서 끝이 났다.
다툼을 벌인 남성 A 씨(33)와 여성 B 씨(당시 33)는 연인이었다.
이들은 사건 발생 1년 3개월 전인 2021년 10월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곧바로 동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동거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A 씨의 폭력 때문이었다.
A 씨는 이듬해 2월부터 술을 마실 때마다 B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A 씨의 폭행은 반복됐고, 강도 역시 심해졌다.
A 씨는 술을 마시다 "집에 가고 싶다"며 우는 B 씨를 때려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B 씨는 A 씨의 폭행 이후 "제발 때리지 말라고, 살려달라고 너한테 빌었어", "띵띵 부은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장면들이 자꾸 떠올라", "어제 무서워서 문 닫고 있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A 씨에게 보내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A 씨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사과했으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건 당일 A 씨는 B 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회사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고, 말다툼은 또 폭행으로 이어졌다.
폭행을 피해 방 안으로 달아난 B 씨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A 씨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가재도구 등을 집어던지며 재차 위협했다. 이에 B 씨는 또 다른 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A 씨가 방 잠금장치를 강제로 해제하자 B 씨는 창문 밖으로 나가 몸을 숨겼다. 4층 높이 창문 밖으로 나간 A 씨가 발을 디딘 곳은 폭이 약 20㎝에 불과한 창틀이었다. 당시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A 씨는 창문을 B 씨 쪽으로 밀어젖혔고, B 씨는 그대로 추락했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A 씨는 폭행치사와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 선 A 씨는 "창문 밖 외부 창틀에 B 씨가 서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또 폭행과 B 씨 사망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데이트 폭력 범행을 반복해 왔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행에 위협을 느껴 창문 밖으로 나갔다가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폭행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인정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와 검사는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고 그 외 여러 양형 조건을 살펴보더라도 원심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