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을 얻고 오겠다"…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전국순회

19일 오전 11시께 무안공항-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2025.12.19/뉴스1 문채연 기자
19일 오전 11시께 무안공항-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2025.12.19/뉴스1 문채연 기자

(전주=뉴스1) 문채연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협의회가 전국 순회를 시작한다. 진상규명 촉구와 함께 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무안공항-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께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한 국가 권력 앞에서 유가족들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며 "이번 전국 순회를 통해 전북의 이웃·시민 사회가 오랜 시간 지켜온 민주주의와 연대의 힘으로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번 순회는 단순히 참사의 존재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공동의 연대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발생 1년이 지나도록 해소되지 않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핵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정부의 노력으로 빠르고 질서 있게 수습된 것처럼 기억되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국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유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는 책임을 죽은 새와 조종사에게만 떠넘겼고, 경찰 등 책임자 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이 사실이 그대로 묻힌다면 또 다른 왜곡이자 참사의 반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1주기를 맞아 4일간 전국의 주요 재난 참사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순회 첫날인 19일에는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송 버스 참사 현장(충북 오송)을 찾는다.

20일에는 서울 세월호·이태원 참사 기억공간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서울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한다. 21일에는 제천 화재 참사 8주기 추모제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한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광주에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를 열고 재난 피해자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순회를 마친 뒤 오는 29일에는 무안공항에서 추모식을 열고 정부에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참사로 가족을 잃은 김성철 씨(50대)는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때 공감과 위로가 트라우마의 치료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전국을 돌며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 조언과 공감, 위로를 얻고자 이번 순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참사 이후 1년 동안 공항에서 노숙했지만, 1주기가 앞둔 지금처럼 국민적 관심이 모인 적이 없었다"며 "이번 순회를 통해 여객기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tell4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