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화장실서 낳은 신생아 숨지게 하고 유기한 40대 '집유'…왜?

아동학대치사·시체은닉 혐의…징역 2년 6개월에 집유 4년 선고
재판부 "경제적 어려움·여러 자녀 돌봐야 하는 사정 참작"

전주지법 전경/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낳은 아기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4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과 장애아동을 포함해 자녀를 여러명 돌봐야 한다는 사정을 참작, 선처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12일 아동학대치사와 시체은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42)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했다.

A 씨는 2월께 전북 완주군 상관면의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자신이 출산한 아기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베란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의 범행은 병원 치료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하혈을 한다'며 119에 신고한 A 씨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A 씨에게 출산 흔적이 있음에도 아기가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긴 의료진은 경찰에 이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 씨 자택 베란다에서 비닐봉지 안에 숨져 있는 신생아를 발견하고,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갔다가 출산했다"며 "낳았을 때 아기가 사망한 상태여서 비닐봉지에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미 여러 차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피고인은 임신 시 대처 방법과 출산 준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출산 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숨진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산부인과 정기 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임신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지낸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인에게 장애아동을 포함한 여러 자녀가 있기에 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하는 등 책임을 다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