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노예'로 부린 인면수심 부부 [사건의 재구성]
1년간 임금·기초생활수급비 등 3000만원 뺏고 상습폭행
항소심에서도 실형…각각 징역 3년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보호해 줄게, 우리랑 함께 살자."
지적 장애인 A 씨(23)는 경기 여주에서 아버지, 새어머니와 살았었다. 하지만 친아버지가 사망하자 마음을 둘 데 없던 A 씨는 집을 나왔다.
성인이 됐음에도 장애가 있어 '혼자' 세상과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생존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야 했다. 그러다 2020년 9월, 연고가 전혀 없던 전북 전주까지 오게 됐다.
A 씨는 생계를 위해 배달 기사 일을 시작했다.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의 도움으로 잠자리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온한 삶은 불과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A 씨는 전주에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B 씨(25)와 그의 아내 C 씨(24)였다. A 씨와 함께 살고 있던 지인의 사촌이었던 B 씨는 아내와 함께 종종 집을 방문했었다.
A 씨가 지적장애를 가졌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 씨 부부는 그에게 접근했다.
이들 부부는 A 씨를 만날 때마다 "우리와 함께 살자. 보호해 줄게"라는 말로 환심을 샀다. 그리고 얼마 후 반강제적으로 A 씨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갔다.
이때부터 부부의 본색이 드러났다. 일주일간 숙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던 부부는 A 씨에게 집안일은 물론이고 돈을 벌어오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A 씨가 원동기 면허 시험에 반복해서 떨어지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리기까지 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A 씨를 산속 묘지로 끌고 가 폭행하기도 했다.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부부는 방망이와 헬멧, 가위, 호미 등의 흉기를 A 씨에게 휘두르기도 했다.
자신들을 피해 새어머니 집으로 피신한 A 씨를 찾아가기도 했다. 부부는 A 씨 새어머니에게 "A 씨가 배달업체에 빚을 지고 도망갔다. 여성을 임신시키고 도망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짓말도 했다. 그렇게 A 씨는 부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부는 더 악랄해졌다. 부부는 배달업체에 취업한 A 씨의 임금마저 갈취했다. 이들이 약 1년간 빼앗은 임금은 2700만 원에 달했다.
심지어 C 씨는 A 씨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한 뒤 그의 명의로 지급된 사회보장급여 300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부부의 범행은 A 씨와 함께 배달일을 하는 동료들이 112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B 씨와 C 씨는 노동력착취·약취와 특수폭행, 공갈, 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부부였던 이들은 기소 전 이혼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지적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의 임금을 갈취하고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위험한 물건으로 무차별 폭행하는 등 죄질이 나빠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B 씨에게 징역 3년을, C 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B 씨와 C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C 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배달업체 여러 곳에 취업시켜 임금을 착취·갈취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집안일을 시키는 등 노예처럼 부렸다"며 "폭행과 착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간 피해자를 찾아가 무차별 폭행하는 등 이후 범행 수법과 기간 등을 살펴봐도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설명했다.
다만 C 씨에 대해 "원심과 항소심 재판 중 피해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 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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