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징계한 교사에…"내가 허락했다, 학교 엎겠다" 반발한 학부모

전북 교원단체 "명백한 교권침해" 비판
학부모 "절차·규정 위반 따졌을 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최근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흡연을 한 학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항의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 학부모는 "내가 허락했는데 문제가 되냐"며 따져 물었으며, 사진을 찍은 교사를 초상권 침해 등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며 위협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전북교사노조와 전교조전북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교사 A 씨는 학교 인근 골목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학생 두 명을 발견했다. A 씨는 이를 촬영해 학교 인성인권부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인성인권부장은 학생들로부터 진술을 받은 뒤 학부모에게 흡연 사실을 통보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해당 학부모는 인성인권부장에게 "교외에서 핀 건데 문제가 되냐", "내가 허락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또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면 되냐. 학교를 엎어주겠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이 사건 후 해당 인성인권부장은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와 학교 전체에 부담을 줬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사진을 찍은 A 씨 역시 시청 여성아동과의 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게 교원단체의 설명이다.

교원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학생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해 교사가 정당하게 생활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과 압박으로 지도가 무력화되는 일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는 학생의 바른 성장을 이끄는 교육 주체이지, 학부모의 심기를 살피는 민원 대응자가 아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흔들릴 때 학생의 배움도 무너지며 학교는 더 이상 올바른 교육의 공간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노조는 "우리는 이 사안을 명백한 교권 침해로 보고 있다. 지역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교권 침해로 공식 인정하고,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전북지부도 성명서를 통해 "학생의 건강권과 면학 분위기를 지키기 위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위축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면서 "전북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이 더 이상 악성 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속히 보호하고, 즉각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학부모는 "절차와 규정을 위반한 점을 따졌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는 "악성 민원을 제기해 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절차와 규정에 맞는 징계인지 물어봤을 뿐이다"라며 "게다가 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징계를 수용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교권 침해로 신고하며 사안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교사들이 이 사건 전부터 아이를 따돌리고 무시해 왔다. 학교가 학생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