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초등생 아들 살해한 친모…'징역 4년' 이유는?[사건의 재구성]

빚·해고 위기 겹쳐 범행…항소심도 징역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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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내가 아들을 죽였어요."

지난해 11월27일 밤. 112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여성 A 씨(48)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아들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북 김제시의 한 농로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숨진 B 군(12)을 발견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는 B 군이 다섯 살이던 무렵 남편과 이혼한 뒤, 딸과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등 두 자녀를 홀로 키워왔다.

B 군은 태어날 때부터 언어발달 장애와 폐질환을 앓아 꾸준한 병원 치료가 필요했고, A 씨는 빠듯한 살림에도 마이너스통장을 써가며 언어·미술 치료 등을 이어왔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아들 돌봄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A 씨에게 점점 큰 짐이 됐다. 여기에 대출과 국세 체납 등 1억 원가량의 빚과 직장 해고 위기까지 겹치면서 A 씨는 우울증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시간이 흘러 사건 당일, 하교한 아들을 차에 태운 A 씨는 집에 가기를 거부하며 보채는 B 군을 달래기 위해 드라이브에 나섰다. 이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 B 군을 다독였으나, 아들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 순간 A 씨는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을 아들이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 A 씨는 결국 아들을 살해했다.

A 씨는 숨진 B 군 옆에서 한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리고 약 3시간 후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법정에서 "생활고 때문에 그랬다"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에 이르기 전 장애를 가진 자녀에 대해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해 양육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이 아닌 수천만 원 상당의 채무와 직장에서의 해고 통보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관하다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에 취약한 아동이자 장애를 가진 자녀를 상대로 살인 범행을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한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 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스로 처지를 비관해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피해자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장소를 물색하며 배회한 점, 순간적 충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 경제적 어려움 해소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범행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