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의견 일치돼야" 행안부 장관 신중론에 표류하는 '통합 논의'
찬반 진영 엇갈린 해석, 통합 논의 또다시 불확실성에 직면
- 강교현 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전북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의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주민투표 추진을 위해서는 찬반 양측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 같은 입장을 두고 찬반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통합 논의의 진통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투표 성사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3일 전북 완주군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개원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통합 절차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윤 장관은 당시 "찬반을 묻는 투표인만큼 양쪽 의견이 일치해야 추진할 수 있다"며 "행정통합 문제는 주민 동의가 가장 중요하며 행안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 실시 결정 권한을 가진 행안부 수장의 발언은 곧바로 지역사회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통합 반대 측은 사실상 ‘주민투표 불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민투표가 성사되려면 찬반 양측이 동일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만큼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완주군민 상당수가 통합 자체를 반대해 온 만큼 주민투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실제 완주군의회는 윤 장관이 방문한 날 '완주·전주 행정통합 불권고 및 추진 절차 전면 중단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전북도와 전주시는 군민의 뜻을 외면한 채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지역사회의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번 결의안을 통해 통합 불권고와 추진 절차 전면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의회는 반복된 통합 논의와 역사적 실패를 종식하고, 주민의 자치권을 보호하며 지역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통합을 추진하는 전북도는 이번 발언을 주민투표 논의의 출발 신호로 해석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윤 장관이 주민투표 최종 결정권자로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민 동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본다"며 "이 발언으로 주민투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본다. 빠르면 이달 말 주민투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앞서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의는 지난해 6월 민간 단체가 통합 찬성 주민 서명부를 완주군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북도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통합 건의서를 내면서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이후 주민투표 여부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지역 갈등은 오히려 증폭됐다.
현재 완주군 내에서는 찬반 단체 간 비난과 조롱이 이어지며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찬성 측은 두 지역이 통합되면 거점도시가 형성돼 전북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세우지만, 반대 측은 지역 정체성 훼손과 행정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공론의 장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점도 갈등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완주 군민을 상대로 한 설명회가 주민 반대로 세 차례나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거센 항의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가 3차례 공개토론회를 갖기는 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합의 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윤 장관의 발언은 통합 논의의 공을 다시 지역사회로 되돌려놓았다.
주민투표가 성사될지, 아니면 장기 표류할지는 찬반 진영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미 1년 넘게 이어진 논쟁으로 도민 피로감이 커진 만큼, 통합 논의가 어떤 결론에 이를지 주목된다.
한편 전주·완주 통합은 지난 1997년, 2007년, 2013년 세 차례 시도됐으나 모두 완주군민 반대로 무산됐다. 2013년 주민투표에서는 전주시민 찬성이 압도적이었지만 완주군민 55.4%가 반대하며 불발된 바 있다.
kyohyun2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