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통해야 치유 이뤄져" 기도 빌미로 수십억대 사기행각 70대

1심 징역 10년 → 항소심 징역 8년…감형
재판부 "피해자들 민사 승소 통해 피해 회복 법적 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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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사적 기도 모임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십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7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72·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과거 천주교 신자였던 A 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사적 기도 모임을 통해 만난 피해자 14명으로부터 16억72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가계 치유(조상의 죄가 후손에게 대물림돼 이를 용서받기 위해 바치는 기도와 예물)와 속죄 기도(특별한 은사를 받아 사적인 기도를 통해 개인의 죄를 용서받는다는 기도)를 해준 뒤 돈을 받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해 준 기도만 1만 113회에 달했다.

당시 A 씨는 "죄를 지어 아프고 불행한 일이 생긴 것이다", "속죄하지 않으면 불행이 자손에게까지 이어진다", "성당에 미사 헌금을 해도 사제가 능력이 없으면 헌금이 하늘에 닿지 않는다", "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하느님이 나를 통해 치유해 준다"는 말들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특히 A 씨는 피해자 대부분이 자신이나 가족이 우울증·조울병 등 정신질환이나 청각장애를 앓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력 해결이 어려운 처지인 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중 일부는 A 씨에게 헌금하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대출까지 받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의 궁박한 사정과 신앙심을 이용해 오랜 기간 거액을 편취해 죄질이 나쁘다"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감사 표시로 받은 돈과 농산물 판매 대금까지 편취로 본 것은 부당하다. 형도 무겁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농산물을 판매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일부 피해자들이 감사 명목으로 돈을 보낸 이유도 피고인의 기망에 의해 이뤄진 결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범행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민사 승소를 통해 강제 집행 등 피해 회복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한편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선 전주교구는 지난 2023년 1월 A 씨에 대한 종교재판을 통해 이단 행위로 판단했다. 같은 해 4월에는 교회법에 따라 파문 조처를 내리고, A 씨의 성사 배령을 금지한 바 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