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가 마시는 와인 준비해달라"…유명 예능 제작진 사칭 '노쇼'

고창 한 식당서 단체 예약, 고가 와인 대리 구매 요청 후 잠적

전북 고창의 한 음식점 직원 B 씨가 A 씨·주류업체와 나눈 대화.(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고창=뉴스1) 신준수 기자 = "나혼자산다 촬영팀인데요. 박나래 씨가 즐겨 먹는 와인 2병만 미리 결제해 주세요."

전북 고창에서 유명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을 사칭한 720만원 상당의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오전 10시께 고창군 소재의 한 음식점에 '저녁 6시 30분에 24인 단체 식사를 예약해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 왔다.

자신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촬영팀이라고 소개한 A 씨는 문자로 명함을 보낸 후, 같은 날 오후 3시께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연예인 박나래 씨가 마시는 고급 와인 2병을 준비해달라"며 특정 와인을 요청했다. 해당 와인은 '크룩 끌로 당보네 1995년산'으로,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주류였다.

이후 A 씨가 소개한 주류업체 '골든타임'과 연락이 닿았고, 업체 측은 한 병당 420만원이지만 현금 결제 시 10% 할인해 36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안내했다.

음식점 직원 B 씨는 이를 믿고 총 720만원을 계좌 이체로 결제했다. 평소 손님이 주류를 대리 구매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고, 20년 넘게 노쇼 사기를 당한 적이 없었던 탓에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송되기로 했던 술은 음식점으로 오지 않았다.

A 씨 역시 예약 시간 30분 전 '지금 김제에 있으니 곧 도착한다'고 말한 전화를 끝으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B 씨는 "계속 의심이 가긴 했지만, 워낙 유명 프로그램 제작진이라 믿었던 것 같다"며 "뭔가 수상함을 느낄 때쯤 골든타임이라는 주류업체를 찾아봤더니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약 시간이 다 되도록 이들이 연락되지 않자, B 씨는 사건을 경찰에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되긴 했지만, 업주 측에서 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는 상태"라며 "업장의 피해를 우려하는 것 같다. 수사 협조를 위해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국적으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화를 추적해 보면 해외에서 걸려 오는 경우가 많아 피의자 특정이 굉장히 어렵다"며 "시민분들도 피해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군산에서도 배우 강동원의 출연 영화 제작진을 사칭한 사기 사건이 발생해 146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sonmyj03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