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징역 2년…"타이이스타젯 설립으로 회사에 손해"(종합)

재판부 "박석호, 타이이스젯 설립 이상직에 먼저 제안"
공모 관계 인정…박석호 징역 2년6개월·집유 4년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북사진기자단 공동취재) 2022.10.14/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스타항공 자금 71억원으로 태국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직 전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의 배임 혐의를 인정하고, 박 대표 역시 이 사건 공범으로 판단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2년,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 등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 이스타항공 항공권 판매 대금 채권 71억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사용,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타이이스타젯 항공기 1대 리스(임대) 비용 369억원을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하도록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2020년 8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지주회사인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전환 사채(일정한 조건 아래 발행 회사의 보통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 100억원을 이스타항공 계열사인 아이엠에스씨에 넘기면서 28억20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고도 판단,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박 대표는 이 사건과 별개로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37억원 상당의 불법 외환 거래(속칭 환치기)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과 박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71억원 배임 혐의에 대해 "피고인 이상직은 해외 항공사 설립 및 운영의 성공 가능성과 사업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실상 독단적으로 타이이스타젯 설립을 결정했다"며 "항공권 대금 71억원은 결국 회수되지 않았고, 이를 중도에 회수할 생각도 없었던 것으로 보여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박석호는 해외 항공사 설립 계획이 없던 이상직에게 설립 계획,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 보고했고, 그 내용대로 설립이 결정됐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항공기 리스료 지급 보증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의원에게는 유죄, 박 대표에게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스타항공은 당시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할 정도로 재정적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지급 보증을 하더라도 타이이스타젯이 정상 운영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상직은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급 보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지급 보증 결정에 적극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채권 상계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의원에게는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박 대표에게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상직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 사건 전환 사채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은 채 전환 사채 양도를 결정·실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스타홀딩스와 유일하게 채권·채무 관계에 있던 아이엠에스씨가 재산상 손해를 입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이 또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인한 손해액은 제주항공 채권에서 전환 사채의 가치를 뺀 금액인데 이 사건 당시 전환 사채의 객관적인 가치를 알 수 없으므로 28억2000만원 전액을 재산상 손해 또는 재산상 이익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해 이 전 의원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 회사들이 입은 전체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이르고 당장 시급한 현안을 대처해야 할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불필요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의 사실 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범행 의도 자체는 이스타항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데다 피해액 전부가 현실적인 피해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엔 다소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태국 내 항공사 설립이라는 목적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스타항공의 이익을 도외시했고, 그 결과 71억원이라는 큰 손해를 입혔다"면서도 "외국환거래법위반죄는 자백하고 있고, 배임과 관련해 직접적인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은 크게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앞서 이스타항공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4월 징역 6년을 확정받아 전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또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로 지난달 13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