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말도 못 한당게" 집은 물에 잠기고 옹벽은 무너지고…물폭탄 맞은 군산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김모씨가 불어난 하천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 김씨 집안에는 무릎까지 빗물이 차올랐다.2022.8.11/ⓒ 뉴스1 강교현기자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김모씨가 불어난 하천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 김씨 집안에는 무릎까지 빗물이 차올랐다.2022.8.11/ⓒ 뉴스1 강교현기자

(군산=뉴스1) 이지선 강교현 기자 = "말도 못 한당게, 빗물이 무릎까지 차가지고…"

11일 오후 찾은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주택은 폭우가 할퀴고 간 생채기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재래식 부엌 아궁이 근처엔 땔감용 장작이 고여있는 물 위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집안 곳곳에 위치한 양동이와 대야는 빗물이 가득차 있었다.

바가지를 집어 들고 아궁이의 물을 퍼 내던 집 주인 김모씨(78)는 "아침에는 이것보다 더 난리도 아니었다"며 "마당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사무소에 전화를 하니까 소방관들이 함께 와서 겨우 물을 빼냈다"며 "비가 또 올까싶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11일 오전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전북 군산시 옥산면 남대리의 한 축대가 무너졌다.(독자 제공)2022.8.11/ⓒ 뉴스1

산사태로 옹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군산시 옥산면 남내리에서는 산 아래 설치 돼 있던 옹벽 블록들이 밤새 내린 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인근 농막까지 덮쳤다.

빗물을 머금은 토사 역시 옹벽과 함께 속수무책으로 흘러 내렸다. 손수 가꾼 텃밭은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다행히 농막 주인 심모씨는 전날밤 미리 대피해 이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심모씨는 "농막을 지은지 3달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며칠째 여기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전날 밤 늦게 비바람이 심상치 않고 너무 무서워서 다른 곳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걱정되서 아침이 되자마자 와봤더니 이 상황이었다"며 "농막 바닥이 다 뒤틀려서 문도 열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전북 군산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11일 군산 나운동 기업은행 사거리가 빗물에 잠겨 있다. (독자 제공) 2022.8.1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이날 군산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50~90㎜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달았다. 군산지역 주요 교차로 등 도로 7개소가 침수되며 한때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오전 9시54분께 군산시 선양동의 한 주택 천장이 무너졌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노인 1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산북동의 도로와 정미소 등이 침수됐고, 개정동에서는 맨홀뚜껑이 열렸다. 신풍동 문화시장 일대와 문화동 일대 주택가에서도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나운동과 대야면 역시 도로가 침수되며 건물과 차들이 물에 잠겼다. 미룡동에서는 한 시민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돼 구조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기준 군산시에 접수된 피해는 모두 181건으로 집계됐다. 도로 침수가 72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 침수 49건, 상가 침수 24건 하수구 역류 8건, 사면피해는 7건, 농경지 침수 4건, 차량 침수 1건 등이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의 주요지점 누적 강수량은 △군산산단 250.0㎜ △익산 함라 178.5㎜ △김제 심포 153.5㎜ △완주 118.0㎜ 등을 기록하고 있다. 비는 오는 12일 오전까지 30~100㎜ 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letswi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