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에서 벌금형 받았는데 정식재판에서 왜 징역형을…2심 "직권파기"

재판부 "원심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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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일면식 없는 시민들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60대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되려 무거운 징역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뒤집어 지는 일이 발생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의 경우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 457조의2 제1항)는 '형종상향 금지의 원칙'을 1심 재판부 가 위반했기 때문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최근 폭행,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61)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징역 2년 및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원심이 파기된 주된 이유는 1심에 앞서 약식 기소된 3가지 혐의 때문이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7월22일께 오토바이 운전을 하던 중 뒤에서 경적을 울렸다고 차를 몰던 80대 운전자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했다.

A씨는 또 닷새 뒤 한 주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다 의견 충돌로 화가 나 욕설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해 8월27일께는 이웃주민이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밀치고 넘어뜨려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A씨를 폭행 및 상해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A씨는 서면심리를 통해 벌금 6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A씨는 정식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혐의는 늘어났다. A씨가 약식기소된 3건 이외에도 추가로 저지른 범행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A씨는 2021년 1월29일에도 편도 3차로 도로에서 화물차가 사이드미러로 자신의 팔을 살짝 치고 갔다는 이유로 화가 나 운전자를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신호 대기 중인 시내버스 운전기사에게 문을 열라고 소란을 피우던 중이었다.

또 이에 앞선 3일에도 지나가던 시민과 시비가 붙어 얼굴을 주먹으로 6대 가량 때린 사실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약 182일 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치아의 아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A씨 여러가지 혐의를 병합해 재판을 진행했다. 그리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폭력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폭행해 죄질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면서 직권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A씨가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약식명령(벌금 600만원)을 받은 3건의 경우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음에도 1심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약식기소된 3건에 대해서는 벌금 600만원을,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이 누범기간 중에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점, 아직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다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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