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 도발로 숨진 문광욱 일병 父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제는 분노와 고통, 원망 모든 것 다 떨쳐 버리고 이념과 사상이 없는 좋은 곳에 가서 잘 살았으면 합니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고 문광욱(당시 19세)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49)씨는 아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22일 오전 전북 군산시 수송동의 한 아파트에서 그를 만났다.
어렵게 아들에 대한 얘기를 꺼냈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군장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난해 8월 입대한 문 일병은 연평도에 배치 받은 후 얼마 되지 않아 북한군의 포격으로 전사했다.
23일은 문 일병이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듬직하기만 했던 아들을 떠나보낸 그는 지난 1년 동안 아픔과 깊은 슬픔에 젖어 힘겨운 생활을 해왔다.
아들을 잊어 보려 정신없이 일도 해보고 때로는 술에 의지하며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지내왔지만 그럴수록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간절했다.
최근 들어 그는 아들이 묻혀 있는 대전 국립 현충원을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지난주에도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그리워지니 어쩌겠습니까.”
그는 지금도 일주일이면 2~3번 정도 가족 몰래 찾곤 한다.
무엇보다 아들의 죽음은 그와 집안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8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다니던 직장에 한 달 간 휴직계도 냈다. 더욱이 가족끼리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던 일상도 사라진지 오래다.
“가족들 모두 광욱이에 대한 그리움이 있지만 서로 집에서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는 가족끼로 오순도순 모여 재미있는 쇼 프로그램도 보며 웃곤 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어요. 더욱이 군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예 보지를 않아요...”
그는 “그 동안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정겹게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무너졌다”며 “지켜주지 못한 것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지금도 아들 생각에 거실에서 잠을 청한다는 그는 “가끔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아빠 저왔어요’하고 들어 올 것 같아 내다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전했다.
지금도 그의 집 거실 한 켠에 해병대 제복을 입은 아들 사진과 함께 팔각모양의 해병대 모자가 태극기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는 “이제 아들 사진도 치워야 하는데 그러면 더 보고 싶고 해서 치우지 못하고 있다”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정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나마 요즘 그는 아들의 빈자리를 그의 친구와 후배들이 대신하고 있어 위안을 삼고 있다.
“아들이 떠난 뒤 해병대에 입대한 친구와 후배들만 6명이나 됩니다. 육군이나 특전사에 지원한 친구들도 있고요. 그 친구와 후배들이 아들을 대신하고 있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23일 국립 현충원에서 열리는 1주기 추모행사에 모두 초청했다.
그는 “한민족이 둘로 갈라져 있다는 것만 해도 비극인데 서로 총부리를 겨누어서야 되겠냐”며 “다시는 아들과 같은 일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는 열리는 1주기 추모행사와 이날 오후 아들의 모교인 군장대가 주관하는 시민추모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kjs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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