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웅덩이에 묻힌 진실 드러났다…경찰 "사회적 판결 될 것"

경찰 "공소시효로 불송치 결정, 유골 찾기에 총력 기울일 것"

전북경찰이 시신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장비를 이용해 파헤치고 있다.(전북경찰청 제공)2021.8.9/ⓒ 뉴스1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비록 형사처벌은 할 수 없지만 뒤늦게나마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사회적 판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북경찰청은 9일 24년 전에 발생한 '여성 납치 살해 사건' 피의자를 불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피의자를 불송치할 예정이다"며 "법원의 판결은 없지만 대신 사회적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97년 A씨(47)가 여자친구였던 B씨(당시 28·여)를 서울에서 납치한 뒤 전북에서 살해해 암매장한 사건으로, 24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서울의 한 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가족들은 A씨가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A씨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단순 가출 처리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가출인신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집중도가 지금보다 떨어져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사라진 여성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갱신하거나 신용카드 개설, 출입국이력 등 생존 반응 역시 전혀 없었다. 가족들 역시 A씨의 생사도 모른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렇게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치않게 들린 소식 하나에 미궁 속에 빠졌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경찰이 "한 남성이 살인사건 입막음을 댓가로 누군가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첩보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공범의 입에서 나온 사건의 실체는 다름아닌 '납치·살해 후 암매장'이었다.

공범을 통해 피해자 이름을 확보한 경찰은 본격적으로 내막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름 하나를 가지고 시작된 대조작업 끝에 서울에서 1997년 '가출인'으로 등록된 A씨를 확인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했던 공범 2명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주범 B씨(47)의 동네 후배인 이들은 1997년 차량을 빌려 B씨와 함께 A씨를 납치했다. B씨 본가에 간다던 차량이 멈춰선 곳은 전북의 익산나들목 인근이었다.

공범 2명이 차에서 내린 사이 B씨는 A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B씨와 공범 2명은 차량을 이동해 A씨를 한 도로건설 현장 웅덩이에 파묻었다.

이렇게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자 경찰은 주범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지난달 대전 모처에서 그를 검거했다.

B씨는 경찰에서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B씨는 "다른 여자랑 살고 있다는 것을 A씨가 알고 추궁하자 화가나서 범행했다"며 "김제의 한 도로공사 현장 웅덩이에 파묻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전문가와 전문장비 등을 총동원해 해당 지점에 지질탐사, 굴착 작업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아직 유골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 이후 매장지에 도로가 놓여지는 등 크게 훼손돼있기 때문에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A씨 실종에 대한 수사기록을 찾아보려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서라도 유골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해결 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기관의 책무를 끝까지 맡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범행이 이뤄진 1997년 당시에는 살인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이었던만큼 해당 사건은 2012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일명 태완이법) 개정이 2015년 이뤄졌지만, 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소급돼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게됐다.

letswi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