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대신 관리원?…아파트 경비원 수십명 실직 위기

관리업체 측 “관리원으로 뽑아야 청소·택배 관리 업무 맡길 수 있어”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2018.01.30./뉴스1 ⓒ News1 박효익 기자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전북 전주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 수십명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아파트 관리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리업체가 바뀌더라도 관리업무의 특성을 감안해 일정 부분 고용승계를 하는 게 관행이라는 것이다.

30일 전주 K아파트 측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5일 오전 긴급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관리사무소 구조 조정의 건 △관리원 채용 관련 협의의 건 등 2개 안건을 처리했다.

참석자들은 관리사무소 인원을 현재 10명에서 8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현 경비원 체제를 관리원 체제로 변경해 채용하기로 의결했다. 이달 31일자로 경비원 34명 전원에 대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는 대신 ‘관리원’이란 직책으로 새로운 인원을 고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현재 이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34명 전원이 평균 5~6년 근무한 직장에서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이들 중에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13년 간 근무한 경비원도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 10명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이 아파트 관리업체였던 A사 소속 직원들로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근무지에 배정될 때까지 대기를 해야 한다. 경비원들의 경우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필요로 하는 사례가 흔치 않아 언제 근무지에 배정될 지 미지수다.

이달 22일 계약이 만료된 A사는 13년 간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관리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 업무나 경비 업무는 직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고용승계를 하는 게 관행"이라며 "특히 경비원의 경우 오랫동안 주민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에 기존 인력이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높아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입주자대표 B씨는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새로 계약을 체결한 아파트 관리업체 C사 측에서 관리원이란 명칭으로 인원을 새로 뽑아야 하니 의결을 해 달라고 해서 긴급 회의를 가졌다”며 “경비원 등 관리 인원의 고용 문제는 관리업체의 권한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관리 업무 시스템 개선을 위해 경비원 등 현재 관리 인원을 모두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B사 측 주장이다. 다만 적격자에 한해 일부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C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한 업체가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아오다 보니 기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현 관리 인원을 모두 고용승계할 경우 내부 반발로 시스템 개선 작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희망자에 한해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건강상태이거나 입주자 측에서 추천하는 경우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당초 오늘까지 경비원 채용 이력서를 접수할 예정이었으나, 내일까지 하루를 더 연장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관리원 보직과 관련해 “경비원은 경비업무만 해야 하기 때문에 화단 청소나 입주자 택배물품 관리 등 경비업무를 제외한 현재 경비원이 관행적으로 해 온 업무는 엄연히 불법”이라며 “관리원은 경비 업무 외에 이러한 업무들도 수행할 수 있어 보직을 바꿔 채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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