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아시아 문화심장터③]원도심 쇠퇴…빈 건물 수두룩

인구 증가→도시 확장→공공기관 이전으로 쇠퇴
역사·문화·관광 잠재력 여전…그리고 변화의 바람

편집자주 ...김승수 전주시장이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를 꺼내들었다. 후백제 도읍지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원도심 330만㎡(100만평)을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재생해 전주를 파리와 로마 같은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시장은 ‘허황된 꿈’이라는 지적에 ‘가능한 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전주시가 올해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의 배경과 내용을 소개하면서 문제점은 없는지 두루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전주 도시재생 지역 건축년도 현황도 ⓒ News1 김춘상 기자

(전주=뉴스1) 김춘상 기자 = “전주 발전의 연혁은 이곳(전주 시가지)을 관류하고 있는 전주천의 변천에 좌우돼 왔다.”

전주부사는 전주 시가지가 전주천 물길 이동을 따라 한옥마을 동쪽 후백제 도성에서 한옥마을 서쪽 전주부성 쪽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시가지, 지금은 원도심으로 부르는 이곳이 40년 이상된 건물과 빈 건물이 수두룩하게 쇠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시는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 그리고 공공기관 이전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인구 증가→도시 확장

전주 원도심은 어디일까. 전주부사 등 역사 자료를 토대로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1388년에 축조된 전주부성 일대를 원도심이라고 전주시는 부르고 있다. 현재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일원이다.

조선 태종 때인 1403년 전라감영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호남은 물론이고 제주도까지 관할하는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1906년 일제에 의해 전주부성이 철거됐으나 원도심은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전주의 도심 역할을 했다.

원도심의 힘은 1960년대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구 증가로 도시가 원도심 바깥으로 확장되면서다.

전주시 도시공간 구조변화(1960~2010년대) ⓒ News1 김춘상 기자

1931년 3만7841명이었던 전주 인구는 1960년 18만8726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인구가 증가하자 주택 보급 등을 위한 도시 개발이 시작됐다. 도시 개발은 1960년대부터 구획정리사업과 택지개발사업으로 나뉘어 추진됐다.

먼저 구획정리사업이 시작됐다. 1지구(진북·금암) 구획정리사업이 1962년 1월 착공해 1964년 12월 준공됐다. 1968년부터 1971년까지 2지구(진북·태평) 3지구(진북) 4지구(금암·덕진)가 잇달아 조성됐다.

이어 호반지구 택지개발사업이 1974년부터 1975년까지 진행됐고, 당시까지 최대 규모인 6지구(금암·인후, 120만5224㎡) 구획정리사업이 1977년 시작돼 1983년에 마무리됐다.

구획정리사업 중에는 아중지구(1993~1998년, 204만3000㎡)와 서부신시가지(2003~2008년, 253만5846㎡)가 규모가 컸다.

택지개발사업 중에서는 삼천지구(1988~1991년, 71만5496㎡)와 서신2지구(1992~1994년, 80만8566㎡)가 규모가 컸다.

그러는 사이 1970년대에는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덕진동이, 1980년대에는 전주역 이전과 함께 인후동이 활기를 띠었다.

1990년대는 화산지구, 2000년대 들어서는 서부신시가지와 전북혁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시가지를 형성했다. 에코시티와 효천지구 등 도시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전주시 도시공간 구조변화(1960~2010년대) 도면을 보면 원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 무대만 도시 개발에서 벗어나 덩그러니 남은 형태다.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 감소

도시 확장은 원도심 내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공공기관 이전은 새로 만든 시가지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1977년 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을 시작으로 2005년 전북도 1·2청사까지 원도심에 있던 관공서 13개가 이전했고, 남부공동배차장(1973년)과 전주역(1981년), 전북도립병원(1987년) 등 공공시설 3개가 떠났다.

교육시설은 1970년 전주상업중학원을 시작으로 1997년 중앙초등학교까지 6개가 이전했다. 전주여자중학교는 아예 문을 닫았다.

이들 공공기관 이전은 음식점 등 주변의 업무·상업기능을 함께 신시가지로 가져가 원도심 쇠퇴를 부채질했다.

원도심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전주시 연평균 인구 증감률은 0.5%다. 같은 기간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등 원도심 인구는 연평균 3.3% 감소했다. 풍남동의 경우 1만139명에서 5891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전주 원도심 지구별 도심활성화사업 추진 현황 ⓒ News1 김춘상 기자

◇도심 활성화 나섰지만…역부족

전주시는 원도심 쇠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1998년 한옥마을의 한옥 보존·계승을 위한 전통문화특구 기본구상 및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도심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심 활성화 정책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1기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2기까지 진행했고, 2013년부터 3기가 진행 중이다.

전주시는 1~2기에는 한옥마을과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환경 정비를 하며서 전주국제영화제와 같은 축제를 개최하며 원도심을 살리려 했다. 2003년에는 구도심활성화지원조례도 제정했다.

3기인 현재는 거점시설 정비, 국가 도시재생전략에 따른 도심 활성화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옥마을은 연간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열었고, 국제영화제는 주목 받는 대안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옥마을과 영화의거리를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주 도시재생 지역 공실 및 주차장 현황도 ⓒ News1 김춘상 기자

전주시는 최근 원도심 일대(1.43㎢)를 영화의거리지구, 전북도 2청사가 떠난 공공기관거점지구, 전라감영이 있던 감영지구, 한옥마을 주변 전통문화지구 등 4개 지구로 나눠 2013년도 건축물대장을 토대로 노후 건축물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3473개의 건축물 중 77.5%인 2692개가 1980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건축물로 조사됐다.

지은 지 40년 이상 된 건축물은 전통문화지구(45.7%), 감영지구(41.7%), 영화의거리지구(34.9%), 공공기관거점지구(31.1%) 순으로 많았다.

빈 건물도 수두룩했다. 감영지구가 274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공기관거점지구(138개), 영화의거리지구(91개), 전통문화지구(32개) 순이었다.

마땅한 쓸모를 찾지 못해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땅도 적지 않았는데, 감영지구(46개), 공공기관거점지구(42개), 영화의거리지구(34개), 전통문화지구(32개) 순으로 많았다.

도심 활성화 정책이 집중된 한옥마을과 영화의거리에 비해 감영지구와 공공기관거점지구가 더 낙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문화·관광 잠재력 여전…변화의 바람

“전주는 호남 제일의 곡창지대 수부로 물산이 풍요롭기가 한양을 방불케 했습니다. 전주가 호수로는 한양, 평양에 이어 3번째였고, 인구수는 한양, 평양, 의주, 충주에 이어 5번째였습니다.”

전주시가 전주가 조선의 3대 도시였다며 홍보하는 글이다.

조선의 3대 도시 전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원도심. 도시 확장으로 도심 지위를 신시가지에 내준 원도심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전주시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원도심에는 한옥마을을 포함해 역사·문화·관광 등 신시가지에는 없는 자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자원은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를 파리나 로마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며 원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를 시작한 든든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북 전주를 파리나 로마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며 원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를 선언한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4일 원도심을 찾아 전주시 관계자로부터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전주시 제공)2017.2.24./뉴스1 ⓒ News1 김춘상 기자

전주시가 3기 도심 활성화 정책으로 마련한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을 보면 원도심 1.43㎢ 안에는 국보 제317호인 태조어진을 포함해 풍남문(보물 제308호), 풍패지관(보물 제583호), 경기전 정전(보물 제1578호), 전동성당(사적 288호), 경기전(사적 339호) 등 12점의 유형문화재가 있다.

한옥마을과 후백제 도읍지 등 주변으로 범위를 넓히면 조선왕조 발상지인 오목대·이목대(전북도 기념물 제16호), 후백제 견훤왕의 산성인 동고산성(전북도 기념물 제44호)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원도심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한지문화축제, 전주비빔밥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고,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등 문화시설도 다양하다. 현재 전라감영 복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원도심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의거리 인근에 ‘객리단길’이라는 거리가 생긴 것이다.

객리단길은 공식적인 길 이름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풍패지관 ‘객사’와 서울의 ‘경리단길’을 합쳐 부르는 지명이다.

옛 전주관광호텔 주변 좁은 도로를 일컫는 이 길은 다양한 식당과 카페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경리단길처럼 최근 개성 넘치는 맛집 등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불과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에다 빈 건물이 즐비했던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몰락의 길을 걸어온 원도심 안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포화상태인 한옥마을이 아닌 다른 곳을 찾던 젊은 장사꾼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객리단길에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이곳뿐만 아니라 한옥마을 북쪽에 있는 공공기관거점지구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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