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남의 집 ‘동거인’이 된 20대 여성

지자체 ‘인구늘리기’정책에 실적 급급한 ‘무리수’…불법 논란

전북 전주에 살고 있는 A(29·여)는 최근 입사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과 연고가 없는 전북 순창군 면으로 자신의 주소가 옮겨져 있었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동거인’으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해당 면사무소에 찾아가 경위를 파악해보니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순창군청에서 추진하는 ‘인구 늘리기’정책 과정에서 한 마을의 이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A씨의 전 직장 관계자에게 주소 이전을 부탁했던 것.

이에 A씨의 전 직장 관계자는 A씨가 입사 당시 제출했던 서류를 해당 이장에게 보내 2014년 12월16일 전입신고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전입신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최근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보고서야 주소지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전입신고는 주민등록법 제11조(신고의무자)에 따라 세대주가 신고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해야 한다. 다만, 세대주가 신고할 수 없으면 세대주의 배우자나 세대주의 위임을 받은 자로서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신분증명서와 도장을 지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순창 지역 이장과 전 직장 직원이 대리인으로 나서 관련 업무를 처리했던 것이다.

해당 면사무소도 본인을 확인하는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A씨의 전입신고를 받아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 늘리기’ 성과에 급급해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관행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해당 면사무소에 보관된 A씨의 전입신고서에는 A씨가 알린 바 없는 A씨와 A씨의 어머니 개인 정보가 적혀 있었으며 자신이 하지 않은 서명과 함께 처리 완료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전입신고의 신고인은 마을 이장이었다.

A씨는 “알린 바 없는 내 개인정보와 어머니의 개인정보까지 적힌 서류를 보니 너무 불쾌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면사무소 관계자는 “이렇게 업무를 처리하면 안 되죠, 안되는데…”라며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순창군청 정주인구증대 담당 공무원은 “지역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가능한 가족 구성원들의 주소지를 순창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적을 할당해 강제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95min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