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생강 명성 되찾으려"…전통과자 '과즐' 상품화 성공 유경애 대표

전북 완주 '미소공주' 설립 제품 판매 나서…"청와대 간식 납품하고파"

설 명절을 앞둔 6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미소공주" 유경애 대표(왼쪽)와 직원들이 과즐을 만들고 있다. 과즐이란 "과줄"의 옛말로 꿀과 기름을 섞어 기름에 지진 과자를 말한다.2015.2.6/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완주=뉴스1) 김춘상 기자 = "이번 설이 창업 후 처음 맞는 대목이라 기대가 큽니다. 봉동 생강 제품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설 명절을 10여일 앞둔 6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미소공주'의 유경애 대표(51)는 '미소공주과즐'을 만들고 주문을 받는 쉴 틈이 없었다.

미소공주과즐은 유 대표가 운영하는 미소공주의 대표 상품이다.

이 과즐은 우리밀에 생강즙을 섞어 네모난 모양으로 만든 과자를 기름에 튀긴 뒤 생강 조청을 바르고 그 위에 쌀튀밥을 묻히면 완성이 된다.

과즐의 사전적 의미는 '꿀과 기름을 섞은 밀가루 반죽을 판에 박아서 모양을 낸 후 기름에 지진 과자'를 말하는 '과줄'의 옛말이다. '한과'의 북한말이라는 풀이도 있다.

유 대표는 과즐은 한과와 다르다고 했다.

"한과가 찹쌀을 이용하고 가운데가 도톰한 모양이라면, 과즐은 밀가루를 사용하고 전체적으로 납작한 모양입니다. 한과는 튀밥 가루를 묻히지만, 과즐은 튀밥을 그대로 묻히는 것도 차이입니다."

유 대표가 과즐 공장을 차리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완주군보건소에서 7년 정도 영양관리 업무를 보다 작년 3월에 그만 뒀어요. 그러다 우연히 제주도 감귤로 만든 과즐을 맛볼 기회가 있었죠. 그때 '바로 이것이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봉동의 특산품을 가지고 과즐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유 대표는 이후 생강과 딸기 등 봉동의 대표 특산물 두 가지를 놓고 과즐 만들기에 나섰다.

그런데 딸기는 딸기의 맛을 살리지 못해 포기했다.

생강은 특유의 매운 향이 제대로 나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는 작년 12월에 봉동의 한 주택가 안에 작은 공장을 만들고 '미소공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디어 기획에서부터 준비 단계를 거쳐 공장을 차리기까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유 대표가 우석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이후 보건소에서 영양관리 업무를 볼 때까지 30년 넘게 식품 관련 일만 했기에 가능했다.

"중간에 전북 김제의 삼성연수원에서 영양사로 근무했고, 전통팥죽과 궁중떡갈비를 만드는 '떡갈나무' 음식점도 운영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둔 6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미소공주" 유경애 대표(51)와 직원들이 과즐을 만들고 있다. 과즐이란 "과줄"의 옛말로 꿀과 기름을 섞어 기름에 지진 과자를 말한다.2015.2.6/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 100일도 안 됐지만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생강의 독특한 향을 담은 과즐의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완주군이 직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주로 지인들이 팔아주는 식이었는데, 이달 1일부터 전주의 효자동과 하가지구의 로컬푸드점, 완주 모악 로컬푸드에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10일 개장하는 완주 둔산 로컬푸드에도 들어갑니다."

과즐이 로컬푸드 진열대 위에서 다른 한과와 함께 설 선물로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유 대표의 눈은 이제 전주 한옥마을을 향하고 있다.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적어도 한 번은 찾는다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성공신화를 일구어 보겠다는 것이다.

"한옥마을의 한 업소와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과자와 조청 등을 제공해 현장에서 관광객이 직접 조청과 튀밥을 발라 과즐을 만들어 먹도록 하는 방법도 구상 중입니다."

유 대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미소공주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완주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봉동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생강 생산량의 50%를 책임졌다.

지금은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최강희 프로축구 전북현대팀 감독으로 유명해졌지만 예전에는 '봉동 생강'이라는 말이 유명했다.

그나마도 봉동에서 생산되는 생강 점유율이 5%대로 떨어져 '생강은 봉동'이라는 옛 명성이 사라진 지 오래다.

미소공주과즐이 성공을 거둬 봉동 생강의 옛 명성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겠다는 게 유 대표의 바람이다.

6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미소공주" 유경애 대표(51)가 과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과즐이란 "과줄"의 옛말로 꿀과 기름을 섞어 기름에 지진 과자를 말한다.2015.2.6/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유 대표는 최종 목표가 '궁(宮)으로…'라고 했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내놓는 간식으로 미소공주에서 만든 과즐을 내놓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미소공주'라는 업체와 제품 이름은 자신의 별명을 따서 쓴 것이라고 했다.

"제가 진짜 미소공주에요. 예전에 '떡갈나무' 식당을 운영할 때에는 제 별명이 '떡갈공주'였어요. 이번에는 아예 미소공주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우리 회사 연구원하고 작업반장님이 더 잘 웃습니다."

설 대목 준비가 한창인 이날 공장 안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mellot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