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승강기 고철비는 어디로?'…아파트 비리 의혹

15일 오전 전주시 진북동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가 엘리베이터 교체 과정에서 교체된 엘리베이터 고철값 1억원과 부실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본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News1   김대웅 기자
15일 오전 전주시 진북동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가 엘리베이터 교체 과정에서 교체된 엘리베이터 고철값 1억원과 부실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본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News1 김대웅 기자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전북 전주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승강기 교체공사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고모씨는 15일 "승강기를 교체하면서 철거된 승강기의 고철값 1억원 가량의 행방이 묘연하다"라며 "이 돈이 당시 입주자대표와 업체 간 부적절한 거래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씨는 수사 의뢰를 위해 입주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입주자 1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그간 이 아파트에서는 승강기 교체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무성했다. 고씨는 의혹 규명 및 비리 척결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주민투표를 통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지난 6월 선출됐다.

이 아파트 승강기 교체사업은 2010년 4월부터 넉달 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단지 내에 설치된 승강기 총 43대 전부를 대상으로 한 공사다.

총 공사비는 17억1200여만원. 시공사는 2009년 입찰에 참여할 당시 17억1400여만원을 견적비로 제시했으나, 이후 철거된 고철을 가져가기로 하고 고철비를 반영해 200만원 가량 공사비를 낮췄다.

그러나 고씨를 비롯한 입주자들은 1억원에 달하는 고철비 전부가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 승강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20층 짜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승강기 1대당 고철비는 150만~2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전체 고철비는 최소 6400여만원, 최대 8600만원으로 추산된다.

입주자들은 특히 시공사가 제시한 견적서와 승강기전면교체 업체선정위원회의 회의결과, 공사계약서 상 내용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2009년 3월 입찰에 참여할 당시 시공사가 낸 견적서에는 공사비 17억1400여만원에 검사비용 및 철거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지만, 이듬해 3월 작성된 최종 견적서에는 공사비 17억1200만원에 검사비용 및 철거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고철비도 반영돼 있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 측은 "최종 계약에서 여러 옵션이 추가돼 실제 비용은 증가했지만, 고철비가 반영돼 공사비가 오히려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옵션을 변경하려면 안건 처리를 위해 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생략됐다"라고 지적했다.

공사계약서에는 도어 밀림 방지장치를 설치한다고 돼 있으나, 업체선정위원회 회의결과 공고문에는 이 내용이 없다.

이 아파트는 18개 동으로 총 2102세대가 입주해 있다.

whick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