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플라넷 제주 고래상어 왜 죽었나...동물학대 논란 재점화

지난 7일 제주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에서 잡힌 희귀어종 고래상어 2마리가 아쿠아플라넷 수족관에 기증됐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 News1   김영신 기자
지난 7일 제주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에서 잡힌 희귀어종 고래상어 2마리가 아쿠아플라넷 수족관에 기증됐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 News1 김영신 기자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족관에 전시된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 2마리 중 1마리가 폐사하면서 동물 학대논란이 불붙고 있다.

동물보호 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족관에 남아있는 나머지 1마리 고래상어를 즉각 방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고래상어를 즉시 방류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시 40일만에 폐사

전시된 고래상어 2마리 중 1마리가 폐사한 날은 지난 18일 새벽 5시께. 수족관에 전시된지 40일만의 일이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지난달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고래상어 2마리를 수족관에 들여왔다.

반입과정은 기적과도 같았다. 이 상어들은 제주시 애월읍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A씨가 기증한 것이다.

당시 A씨가 애월읍 앞바다에 쳐놓은 정치망에 고래상어가 이틀 연속 포획됐고, A씨는 잡힌 2마리를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기증했다.

중국으로부터 고래상어를 들여오려다 중국의 반출금지조치로 울상을 짓고 있던 아쿠아플라넷 제주에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우연한 일 때문에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의심의 눈초리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연이틀에 걸쳐 고래상어가 정치망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면서 기증을 받은 게 아니라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고래상어를 잡아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해경이 고래상어 반입과정을 놓고 내사를 벌였지만, 최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고 내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래상어 반입 의혹이 사그라들 때쯤, 고래상어 1마리가 폐사하면서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또 다시 당혹감에 휩싸였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계자는 "고래상어가 기적적으로 반입돼 잔칫집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침통한 분위기를 감출 수가 없다"고 전했다.

◇고래상어, 갑작스런 폐사가 아니었다

폐사한 고래상어는 길이 4.6m 무게 700kg에 이르는 연골어류 수염상어목 고래상어과의 바닷물고기로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제주대학교 수의학과에 의뢰해 사인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확한 사인 결과는 약 1주일 정도 나올 전망이다.

급작스런 죽음은 아니었다. 폐사한 고래상어는 이달초부터 '이상징후'를 보였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지난달말까지는 먹이도 잘 먹는 등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8월1일 이후 갑자기 먹이를 먹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 8월8일 일본에서 고래상어 전문가를 긴급 초빙해 원인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래상어의 활동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업체측은 해당 고래상어를 집중 보호하기 위해 17일 오후 2시경 예비수조로 옮겼지만 이튿날 새벽 고래상어는 결국 폐사했다.

일각에서는 고래상어 사인이 신부전증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계자는 "고래상어가 신부전증으로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심부전증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가설일뿐이다"라고 추측을 경계했다.

업체측은 정치망 그물에 포획됐을 때 내상을 입었을 가능성, 질병에 의한 폐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다.

◇ 동물학대논란 재점화

고래상어 폐사 소식이 전해지자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단체는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고래상어 전시 초기에도 국내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라며 시위를 갖는 등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1일 각각 성명을 내고 나머지 한마리를 즉각 방류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상어는 수족관에 가둬놓고 전시하기에는 부적합한 종"이라며 "덩치도 크지만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습성과 다양한 식물성 플라크톤을 먹이로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이유로 전 세계의 300개가 넘는 수족관들 가운데도 고래상어를 전시하고 있는 곳은 다섯군데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래상어를 수족관에 가둬놓은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나머지 고래상어 1마리를 방류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계자는 "즉시 방류할 계획은 없다"며 "단 추후 방류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해볼 소지는 있다"고 전했다.

lees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