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들여 보고서만 쌓였다"…제주환경자원총량제 '헛바퀴'
환경자원 '순손실 제로' 목표로 2009년부터 도입 논의
복원의무·부과금 법적 근거 마련 불투명…용역만 6건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제주환경자원총량제' 도입 논의를 시작한 지 17년이 지났음에도 제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제도 도입을 위한 용역 6건에 투입한 예산만 34억 6800만 원에 달해 혈세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환경자원총량제는 개발로 자연환경이 훼손되더라도 복원·대체 등을 통해 제주 전체의 환경자원 가치가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핵심 목표는 환경자원의 '순손실 제로'다. 개발사업으로 대상 부지의 환경자원총량 100 가운데 70이 훼손된다고 가정하면, 훼손된 70만큼을 복원해 총량을 다시 100으로 맞추는 방식이다.
제주환경자원총량제 논의는 2009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제주에서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잇따르며 환경 훼손 논란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환경자원총량제 도입을 위해 여러 차례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2009년 환경자원총량 관리 방안 구축 용역에 8억 7300만 원, 2010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 구축 용역에 4억 6000만 원, 2013년 시스템 개선 및 활용 방안 용역에 1억 원, 2014년 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1억 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환경자원총량을 산정하고 관리시스템까지 구축했지만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행위 제한이나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각종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초자료로만 활용했다.
제주도는 2019년 6단계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도지사가 '환경자원총량'을 설정하고,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환경자원총량 유지·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9년 환경자원총량제 추진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9500만 원, 2020~2022년 환경자원총량관리계획 수립 용역에 18억 4000만 원을 추가 투입했다.
환경자원총량관리계획 보고서에서는 각종 환경요소를 반영한 보전가치에 따라 제주지역을 1~5등급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핵심환경자원지역(1등급·개발 일절 불허) 531.68㎢, 환경자원지역(2등급·개발 불허 원칙에 소규모 개발만 부분 허용) 219.97㎢, 자원관리지역(3등급·환경성 평가를 통한 조건부 개발 부분 허용) 443.40㎢, 계획관리지역(4등급·개발 수요 관리를 전제로 한 친환경적 개발 추진) 428.82㎢, 개발관리지역(5등급·개발 가능 지역) 215.14㎢다.
등급별 면적에 가중치(1~0.0625)를 곱해 현재 보전해야 할 환경자원총량을 988.8㎢로 산정했다. 이는 보고서상 제주도 전체 면적 1871.40㎢의 52.9%에 해당한다. 어떠한 개발사업이 이뤄지더라도 환경자원총량이 52.9%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의미다.
환경자원총량 손실을 막는 관리 방안으로는 '회피'와 '상쇄', '대체', '보상'이 제안됐다.
회피는 생태환경이 우수하고 환경자원 가치가 높은 곳을 개발사업 대상에서 제외해 보전하는 것이다. 상쇄는 개발사업 대상지 안에서 환경자원이 감소한 만큼 보완하고, 대체는 사업지 밖에 대체지를 마련해 손실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회피와 상쇄, 대체로도 손실된 환경자원을 복원하지 못하면 금전적으로 보상하도록 했다. 환경자원총량제 부과금은 1㎡당 9만 3000원이 제시됐다.
그런데도 제도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행 제주특별법에 개발사업자에게 훼손량을 복원하도록 명하거나, 복원이 어려울 때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제주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복원의무제와 비용 부과 근거 등을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개선안으로 제출했다가 철회했다. 법률적 쟁점이 많은 데다 부담금 도입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가 제도 도입을 위해 구성한 전문가 그룹에서도 2022년 용역에서 제시된 방안을 현실적으로 제주특별법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도 관계자는 "제주특별법 개정 등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새로운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등 완급을 조절하는 상황"이라며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 정확하고 명확하게 도민 공감대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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