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차려준 제주인의 밥상…'갯ᄀᆞᆺ'에 담긴 섬사람의 삶
[제주어 가게로 보는 제주 Ⅱ] ②갯것이식당
'갯ᄀᆞᆺ', 바닷물 드나드는 곳…연중 넉넉한 먹을거리 내어줘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알고 있듯 제주는 화산섬이다. 검은 돌(현무암)이 뒤덮인 땅은 척박하고 물은 귀해 농사짓기가 녹록지 않았다.
거센 바람까지 견뎌야 했던 제주사람들은 부족한 먹을거리를 바다에서 구했다.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바다는 제주사람들에게 또 다른 의미의 '땅'이었다. 물때가 되면 사람들은 '갯것'으로 나가 보말과 성게를 캐고, 바위에 붙은 미역과 톳을 거뒀다.
무딘 칼이나 호미, 숟가락 같은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가족의 한 끼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갯것'에서 채취한 해산물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일상의 양식이었다. 보말은 국과 죽이 되고, 성게는 미역국에 깊은 맛을 더했다. 톳과 미역은 무침이나 냉국으로 밥상에 올랐다.
삶이 팍팍한 날에도 '갯것'은 제철마다 먹을거리를 내어주며 소박하지만 든든한 밥상을 차려줬다. 그렇게 제주사람들은 '갯것'을 밭처럼 일구고, 그곳이 내어주는 것으로 계절을 견뎠다.
김순자 전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제주어 '갯것' 또는 '갯것이'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의미한다"며 "말은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정겹다. 대단한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바다가 내어준 것을 귀하게 여기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제주어대사전과 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에서 '갯것'은 '갯ᄀᆞᆺ'으로도 표기한다.
제주시 이도2동 제주동부경찰서 인근의 한 식당. 제주산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제주향토음식점 '갯것이 식당'.
상호만 봐도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6년 문을 연 '갯것이식당'의 대표 메뉴는 보말국과 성게국, 한치물회부터 전복구이와 고등어구이 등이다.
제주 바당(바다)이 내어준 식재료들로 만든 음식들이다.
신선한 제주 해산물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식당 대표 한복순 씨의 이력 덕분이다. 한 대표는 과거 제주 바당에서 물질을 했던 해녀 출신이다. 20년간 제주 바당을 누볐던 한 대표는 식당을 개업하면서 물질을 그만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과거 물질을 함께 했던 해녀들로부터 '직거래'로 성게나 보말 등을 받는다. 미역 등은 한 대표가 직접 '갯것'에 나가 채취하기도 한다.
한 대표가 상호를 '갯것이식당'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대표는 "제주 바당은 어려운 살림에도 늘 보말이며 성게, 미역 같은 먹을거리를 넉넉히 내어줬다"며 "예전 제주사람들이 바당에서 얻은 것으로 가족의 끼니를 챙기고 서로 나눠 먹었던 것처럼,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제주 바당의 넉넉함과 인심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제철에 나는 제주 해산물로 정성껏 한 상을 차려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식당 이름도 '갯것이식당'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갯것이식당'이 지켜온 것은 단순히 제주 해산물로 만든 음식만은 아니다. 한 대표는 바당에 기대어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삶과 제철 먹을거리를 이웃과 나누던 넉넉한 마음까지 한 상에 담아내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1제주본부와 제주도가 공동기획했습니다.
ks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인 제주어가 제주 골목상권의 새로운 브랜드로 숨 쉬고 있습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차례에 걸쳐 제주어 상호를 지닌 매장을 탐방하고, 해당 제주어의 언어적 가치와 그 속에 담긴 정겨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기획기사가 다루는 제주어 상호들은 뉴스1 제주본부 제주어 선정위원회(허영선 시인, 김순자 전 제주학연구센터장, 배영환 제주대학교 인문대학장, 김미진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