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10대…강제추행 혐의 적용되나
기존 판례 '재물손괴'만 적용…경찰 '고심'
대법원, 최근 유사 사례에 "강제추행"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경찰이 초등학교 교실에 침입해 여교사 물건에 체액을 넣고 달아난 10대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입건한 A 군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A 군은 지난 4월 27일 저녁 서귀포 소재 모 초등학교 교실에 몰래 들어가 교사 B 씨의 텀블러에 체액을 담고 달아난 혐의다.
A 군은 이달 4일 저녁에도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 침입해 B 씨의 의자에 소변을 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경찰은 성범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 같은 범행은 물건(텀블러)의 효용을 해쳤다는 판단에 따라 재물손괴 혐의로만 처벌받아 왔다.
2023년 9월 경남 지역에서 남학생이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사건 등 유사 범죄가 있었지만 성범죄로 처벌받지는 않았다.
현행법상 신체적 접촉이 없으면 성범죄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7월 9일 카페에서 여성 업주의 커피에 자신의 체액을 몰래 넣어 마시게 한 사건에서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사건 원심은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체액을 커피에 타서 마시게 한 행위는)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유형력의 행사이자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경우 상대방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이 될 수 있다"며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가 아니어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를 포함한다"고 했다.
특히 "피해자가 커피를 마신 뒤 극심한 육체·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해당할 수 있고, 의사에 반해 체액을 마시게 한 행위는 그 자체로 성적수치심을 일으키게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강제추행 혐의 여부를 결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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