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산호 '쓰러짐' 원인 찾는다…범섬·형제섬서 5년 장기 관측

9개 지점서 수온·염분 측정…고수온·저염분 영향 정밀분석
KIOST, 집단 붕괴 현상 세계 첫 보고…'슬럼핑'으로 명명

서귀포 범섬 바다에서 발견된 녹아내린 큰수지맨드라미.(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천연기념물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에서 나타나는 '쓰러짐'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장기 관측에 나섰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지'에서 나타나는 연산호 쓰러짐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관측을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서귀포 남부 해역과 송악산 해역의 연산호 군락지는 2004년 12월13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고수온 등의 영향으로 연산호가 쓰러지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는 2024년보다 발생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관찰됐다.

다만 연산호가 실제 서식하는 수심의 수온과 염분 자료가 부족해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부터 범섬 일원에 수온계를 설치해 관측해 왔다. 올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김태훈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심별 수온과 염분을 함께 살피고 있다.

제주도는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 범섬과 형제섬 9개 지점에 수온계와 염분계를 설치했다.

형제섬에서는 수심 5m·10m·20m 등 3개 지점, 범섬에서는 5m·10m·15m·20m·25m·30m 등 6개 지점에서 관측을 진행한다.

세계유산본부는 단기간 관측만으로 원인을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연산호 변화 조사와 원인 규명 관측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같은 연산호 이상 현상은 이미 학계에도 보고됐다.

KIOST 김태훈 박사 연구팀은 제주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연산호 일부 군락이 형태를 잃고 무너지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슬럼핑'(주저앉음)으로 명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산호는 단단한 골격이 없는 대신 몸속을 물로 채워 풍선처럼 형태를 지탱하기 때문에 수온과 염분 등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팀은 연산호의 슬럼핑 과정을 몸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줄기가 힘없이 처지며, 몸통이 거꾸로 매달린 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고, 끝내 녹아내리듯 형체가 부서지는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슬럼핑의 원인으로는 2024년 여름 제주 바다의 이례적인 환경이 지목됐다.

당시 제주 남부 바다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평균 수온과 가장 낮은 평균 염분을 동시에 기록했다.

연구팀은 고수온으로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던 연산호가 양쯔강에서 유입된 대규모 담수의 영향으로 50일 이상 장기간 저염분 환경에 노출되면서 삼투압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산호는 해양환경 변화를 알려주는 '바다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됐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지는 고유한 해양자원이자 다양한 해양생물의 중요한 서식지"라며 "장기적인 관측으로 쓰러짐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