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이후 성인 실종수사 달라졌다지만…장미란씨 사건엔 곳곳 허점

관리자 점검 형식적, 담당자 허위보고 막을 장치 없어
'셀프 종결' 막겠다는 경찰…"해제땐 객관적 자료 필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026.8.25 ⓒ 뉴스1 안은나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지난 2019년 5월 제주에서 강 모 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마지막 위치로 추정되는 제주 한 펜션을 찾아갔다. 하지만 함께 있던 여성이 "펜션을 떠났다"고 말하자 경찰은 추가 확인도 없이 현장에서 돌아갔다.

일명 '고유정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후 경찰은 성인 실종사건의 초등 대응체계를 손봤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단계부터 강력범죄 연관성을 판단하고 위험도가 높으면 신속하게 수색·수사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7년 후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체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은 다시 한번 절차 강화를 대안으로 내놨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유정 사건에서 드러난 초동수사 허점…성인 실종 연 7만건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 2019.10.14 ⓒ 뉴스1

고유정 사건 당시 경찰은 초기부터 범죄 가능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 이후 고 씨가 강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청 자체 점검에서도 실종 신고 이후 범행 장소인 펜션과 주변 수색, CCTV 확인 등이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이듬해 실종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위험도를 판단하고, 강력범죄 연관성을 신속하게 확인하도록 매뉴얼과 위험도 체크리스트를 개선했다. 부서 간 협업도 강화했다.

그럼에도 일반 성인 실종은 법적으로도 별도의 보호체계가 약하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실종아동 등에는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이 포함되지만 일반 성인은 제외된다.

경찰은 내부 규칙에 따라 일반 성인 실종자를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신고 규모는 매년 7만건을 넘는다. 2025년 전국 성인 실종 신고는 7만814건이었고, 이 가운데 48.1%가 1시간 이내, 89.4%가 하루 이내, 97.1%가 일주일 이내 해제됐다.

대부분의 성인 실종자가 빠르게 발견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위험사건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다. 일반 성인 실종의 수색과 위치정보 활용 등을 담은 별도 법률 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미란씨 사건, 신고 2시간여 만에 허위 종결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37)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2026.8.24 ⓒ 뉴스1 홍수영 기자

장 씨 실종 신고는 지난 5월 15일 접수됐다. 하지만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 모 경장(30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 보고한 뒤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장 씨를 찾던 경찰관들에게도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되면서 수색이 중단됐다. 실제로는 장 씨와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정보까지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가족이 다시 신고하면서 수사가 재개됐지만 장 씨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장소가 장씨가 머물던 숙소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달에도 60대 남성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실종자와 연락이 됐고 위치를 공개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취지로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은 지난 22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 사건은 모두 298건으로 경찰은 이 사건들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셀프 종결' 막기로 한 경찰…형식만 남지 않으려면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사건 종결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도 전수 점검하고 있다.

현재도 담당 경찰관의 실종 해제 과정에 대한 관리자 점검 절차가 있지만, 이를 시스템상 최종 승인 절차로 강화해 담당자의 단독 판단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관리자 승인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담당 경찰관이 허위로 '통화했다'고 보고하고 관리자가 이를 그대로 믿는다면 또 다른 형식적 절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 씨의 연인은 지난 7월 17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하려고 했지만, 부 경장의 사건 종결 처리를 이유로 접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이 실종 해제 때 단순한 담당자의 진술이 아니라 통화기록이나 영상·음성 등 객관적인 자료를 남겨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