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의 비극…신고 2시간33분 뒤 실종해제, 104일 뒤 주검으로
"연락 됐다" 담당경찰 거짓말…두 달 기다리던 가족 재신고
CCTV 118대 이미 삭제…집중수색 닷새째 10분 거리서 발견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 33분 만에 사건은 닫혔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알리자 수색 중이던 경찰관들도 철수했다.
그로부터 104일이 흐른 24일, 장미란 씨(37)로 추정되는 시신은 그가 머물던 숙소에서 걸어서 불과 5~10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6분쯤 제주시 한림읍 소재 한 야자수밭에서 합동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장 씨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장 씨가 외출 당시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발견됐다. 경찰은 감식과 부검을 통해 신원과 사망 시점·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장 씨의 마지막 행적은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확인됐다. 장 씨는 연인과 장기 투숙하던 제주시 한림읍의 한 숙소를 나선 뒤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이후 행방이 끊겼다.
연인은 사흘 뒤인 같은 달 15일 오후 6시 43분쯤 장 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다. 마지막 기지국 신호는 신고 다음 날인 16일 오전 9시 44분쯤 한림항 인근에서 잡혔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A 경장(30대)은 신고 당일 오후 9시 16분쯤 사건을 종결했다. 신고 접수 2시간 33분 만이다.
A 경장은 신고자인 연인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며 "본인이 연인과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믿은 신고자는 장 씨가 안전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경찰의 초기 수색도 중단됐다.
A 경장은 같은 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에서 장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A 경장이 장 씨가 숨졌다는 의미의 '변사' 등을 입력해 자료가 삭제되도록 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확보한 통신 기록에서는 실종 뒤 A 경장과 장 씨가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 장 씨가 숙소를 나선 뒤 다른 사람과 통화한 기록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 경장은 조사 초기 실제로 장 씨와 연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신 기록과 진술이 맞지 않는다고 보고 허위 보고 여부와 기록 삭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사건이 다시 움직인 것은 두 달 뒤였다.
가족 측에 따르면 장 씨 연인은 연락 두절이 계속되자 7월 17일 다시 신고를 시도했다. 그러나 최초 신고 당시 남은 "장 씨가 연인에게 위치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기록 때문에 접수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9일 장 씨의 친척이 서울에서 다시 신고하면서 경찰은 사건을 재검토하고 수색을 재개했다.
하지만 장 씨의 동선을 확인할 주요 자료는 상당 부분 사라진 뒤였다.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 수집 카메라 7대 등 공공 CCTV 118대의 5월 12~20일 영상은 보존기간 30일이 지나 6월 11~19일 사이 모두 자동 삭제됐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CCTV 영상 열람을 공식 요청한 것은 이달 19일이었다. 영상이 모두 삭제된 뒤에도 두 달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은 지난 11일 해경에 해상 수색을, 13일에는 수중수색 공조를 요청했다. 이어 20일부터 경찰과 해경 인력, 헬기, 드론, 수색견, 잠수부 등을 동원한 집중 수색에 들어갔다.
장 씨 가족은 이달 19일 SNS를 통해 장 씨의 이름과 얼굴, 인상착의를 직접 공개하며 제보를 요청했다. 경찰관의 허위 보고 의혹과 두 달간의 수색 공백이 함께 알려지면서 초동 대응 논란이 확산했다.
경찰은 A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장 씨 사건 기록이 정상적인 해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시스템에서 삭제된 정황을 확인했다.
파장은 또 다른 실종 사건으로 번졌다.
60대 남성 B 씨 가족은 지난 7월 2일 B 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도 A 경장이 맡았다. A 경장은 이번에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본인이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길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가족은 장 씨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처리 방식이 유사하다고 판단해 지난 21일 다시 신고했다. 경찰은 두 사건의 담당자가 같은 A 경장임을 확인하고 재수색에 나섰지만 B 씨는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 후 51일 만이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A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어 24일 오전 5시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A 경장이 법원에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인용되면서 이날 오후 석방됐다. 구속영장에 대한 심사는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수사는 A 경장이 맡았던 전체 실종 사건으로 확대됐다. A 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298의 실종 신고를 종결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실종자의 소재를 확인하지 않고 허위 종결하거나 관련 기록을 임의로 삭제한 사건이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허위 종결 사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3일 제주경찰청을 찾아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경찰은 담당자가 전산상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보고·검토와 전산상 해제 절차가 분리돼 담당자가 단독으로 관리목록에서 사건을 삭제할 수 있었다.
다만 관리자 승인만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성인 실종자는 원칙적으로 '가출인'으로 분류돼 아동이나 치매 환자 등과 달리 신속한 위치 추적과 수색을 위한 법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시점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허위 보고와 사건 종결로 초기 수색이 중단되면서 장 씨를 발견할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지휘·감독 체계가 담당 경찰관의 일탈을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도 쟁점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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