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위상 '뚝'"…의장→임명직 시장 직행에 쏟아진 우려

이상봉 제주시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의원들 지적 잇따라
李 "소신·원칙 지킬 것"…논문대필·보은인사 의혹엔 "유감"

이상봉 제주시장 후보자가 21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도를 견제·감시하는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의 의장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제주시장으로 직행하는 상황을 두고 제주도의회가 우려를 쏟아냈다.

제주도의회 행정시장 인사청문위원회는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이상봉 제주시장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시 연합청년회장, 강창일 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 후보자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제주도의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제주시 노형동 갑·더불어민주당)을 한 중견 정치인으로, 2024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는 제주도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특히 올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위성곤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위 지사 당선을 이끈 이 후보자는 지난 6월 30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직후 제주시장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다. 현행 조례상 인사청문위가 부적격 의견을 내더라도 제주도지사는 기존에 지명한 제주시장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제주도의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강봉직 제주도의회 행정시장 인사청문위원회 위원장(제주시 애월읍 을·더불어민주당)이 21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상봉 제주시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봉직 위원장(제주시 애월읍 을·민주)은 "제주도의회 의장 자리가 제주도지사 임명직으로 가는 길로 인식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 일련의 과정은 제주도의회의 위상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제주도의회 독립성을 훼손하고 견제·감시 기능을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효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도 "이른바 '제왕적 도지사'를 마주 보고 견제하던 의장 자리에서 떠난 지 한 달도 안 돼 그 도지사 밑으로 가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고, 또 제주 정치에 나쁜 선례로 남을까 봐 매우 염려스럽다"며 이 후보자에게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덕홍 의원(제주시 조천읍·무소속)은 "이 후보자는 12년간 의정 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도정을 강하게 견제해 왔는데, 제주시장이 된 뒤에도 그 소신과 원칙을 그대로 지킬 수 있겠느냐"면서 "어쩔 수 없이 도정의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어 보여 참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평소 공직의 일을 주민 가까이에서 직접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퇴임쯤 '아직 젊은데 일을 하면서 봉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간접적인 덕담 또는 강고한 요구를 받는 과정에서 결심하게 됐다"며 "지적에는 깊이 공감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소신과 원칙을 지켜 나가면서 의원들이 걱정하지 않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 이 후보자는 제주시장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크게 정치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답했다.

의원 시절이던 2021년 석사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제주도의회 직원으로부터 과제 대행, 논문 대필 등 부당한 조력을 받은 뒤 보은 인사를 했다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런 사실이 없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