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제주도, 北 의료기기 지원 탁월…모르게 하는 것도 필요"

[제21회 제주포럼] 제주도의회 세션 기조연설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4일에 시작해 26일까지 열리는 이 포럼은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한다. 2026.6.25 ⓒ 뉴스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과거 '비타민C 외교'로 성과를 거둔 평화의 섬 제주도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이을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5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 '제주도의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제주도가 비공식인 경로로 북한 측에 물품을 지원한 사실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했다.

제주도는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을 통해 1999년 100톤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년간 감귤과 당근 등 6만 6000톤을 북한에 보냈다.

하지만 천안함 피격 사태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남북협력사업과는 별개로 2018년과 2021년에 단발적으로 제주 감귤이 북한에 전달된 바 있다.

제주도는 남북교류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08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80억 원이다.

올해는 16년 만에 지난 4월 제주도가 신장투석기와 산림방제 약품, 한라봉 묘목 50그루 등 1억 6000만 원 상당의 대북 협력 물품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지방발전20X10정책(2024~233)은 공장만 짓는 게 아니고 병원도 포함돼 의료기자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제주도가 의료 기자재와 약품을 지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제주도의 이번 대북 지원과 북한의 수용은 비타민 C외교 시즌2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는 사람만 자존심이 있는 게 아니고 받는 사람도 자존심이 있다'고 말하는 북측의 체면을 감안해 당분간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조연설 후 지정 토론에는 고충홍 제주도 남북교류협력위원장,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 이기동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이 참여해 제주형 남북교류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책 과제와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