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될날 기다리던 27살 청년의 죽음…유족들 "진상규명" 호소
"고인, 정규직 되려고 어쩔수 없이 무면허 지게차 운전"
"사고 당일 한쪽 다리 깁스한 상태서 무리하게 운행"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우리 아들처럼 희생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최근 제주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발생한 20대 직원 지게차 사고 사망 사건 유족들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고(故) 김영균씨(27) 유족들은 22일 오후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지게차 면허가 없었고 사고 당시 한쪽 다리를 다쳐 제대로 운전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농협 측이 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아르바이트로 농협에서 수개월 정도 일 한 뒤 지난해 여름부터는 이번에 사고가 난 하귀농협 하나로마트에 계약직으로 근무해 왔다.
지게차는 3톤 이상은 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3톤 이하도 12시간의 교육을 거쳐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유족들은 김 씨가 면허 없이 지게차를 운전하는 것에 불안해야 했고 업무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농협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씨의 유족은 "어머니가 아들이 면허 없이 지게차를 운전하는 사실을 알고서는 하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고인은 이 업무를 하지 않으면 회사에 다니지 못한다고 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김 씨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어 회사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씨는 한쪽 다리를 다쳐 사고 당일에는 깁스한 상태여서 며칠 더 쉴 수 없냐고 회사에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몸 관리를 못 한 것은 네 탓인데 연차를 쓰라"는 것이었다.
올해 초 결혼한 김 씨는 임신한 아내가 몇 주 뒤 아이를 출산하면 돌보려고 연차를 최대한 아끼려 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김 씨의 아내는 "남편이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업무 지시 전화를 받고 쉬는 날에도 마트에 가야 한다며 나갔다. 정말 열심히 일했던 오빠였는데"라며 눈물을 터트렸다.
유족들은 또 "사고가 난 장소가 고객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주차장 쪽이고 경사도 심해 사고 위험이 높았다"며 "김 씨 이외 또 다른 청년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해당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씨는 지난 19일 오후 3시 33분쯤 제주시 애월읍 모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사고 당시 상황을 고객 차량 블랙박스로 확인한 유족은 김 씨가 지게차에서 물품이 떨어지자 이를 수습하려다가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경찰은 하귀농협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귀농협 측은 "이번 사고로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측은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경위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향후 필요한 조치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전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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