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태영호 전 의원 "4·3발언 왜 명예훼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유족회 "아픔과 눈물을 정치적 야욕의 제물로 삼지 말아야"
판사 "북에서 가르쳤다고 다 진실 아냐…사과 방법도 있어"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 4·3 김일성 지시' 발언으로 법정에 선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제주지법 민사5-2부(재판장 김경태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태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창범 4·3유족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유족들이 대한민국 민주국가에서 살면서 바라는 점은 빨갱이 자식, 폭도 가족이라는 말을 듣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보는 것이며, 후손들이 이런 근거 없는 모욕적인 발언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우리 유족들은 4·3 당시 희생된 부모, 형제의 죽음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연좌제란 올가미에 사회적 차별을 받아왔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4·3이 북한이나 김일성,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에 의해 일어났다는 조작된 거짓된 역사관 때문이었다. 4·3의 뼈아픈 아픔과 눈물을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제물로 삼는 행위는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태 전 의원은 "4·3이 공산 무장 폭도에 의한 폭동이고 김일성이 개입됐다는 발언이 과잉진압에 당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히 (4·3은)남로당이 김일성과 스탈린의 지령을 받아 5·10 단독선거를 방해하고 인민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일으킨 무장 반란이자 무장 폭도"라며 "남로당 폭도들과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법정에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확정할 수는 없다. 법리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한 것인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만한 부분인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태 전 의원 측이 김일성 지령 주장을 계속 이어가자 "대한민국에서 조사해 확인한 공식 입장은 그게 아니다. 그걸 넘을 정도의 신빙성 있는 확실한 증거는 없어 보인다"며 "북에서 그렇게 가르쳤다고 해서 다 진실도 아니고, 당시 옆에서 본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피고 측에 "피고는 북에서 귀순했고 국회의원도 지내 말 한마디에 더 파급력이 있고 유족들은 마음속에 남는, 더 눈에 보이는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럴 의도가 아니더라도 희생자 입장에서는 위협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하는 것도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9월 7일 오후 2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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