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함병선 이어 제주4·3 바로세우기 다음은 '옛 경찰지서 표지석'

10여년 전 보수단체가 설치…무장대 '폭도'로 표현

서귀포시 성산읍에 새워진 성산지서 표지석/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박진경 대령 추도비와 함병선 장군비에 이어 제주도의 제주 4·3 바로세우기 작업이 옛 경찰지서(파출소) 표지석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4·3과 관련해 '무장대'를 '폭도'라 지칭하는 등 왜곡된 내용이 새겨진 4·3 표지석 이설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해당 표지석들은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라는 보수단체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내 12곳의 옛 경찰지서 터에 세웠다.

현재 삼양2동과 함덕 등 2곳은 철거됐으며 제주시 7곳(한림, 애월, 신엄, 세화, 조천, 화북일동, 외도이동)과 서귀포시 3곳(대정, 남원, 성산) 등 10곳이 남아있다.

이 표지석은 1948년 4월3일 순직한 경찰관들을 추모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당시 경찰지서를 습격한 무장대를 '폭도'로 표현하고 4·3사건도 '폭동'이라고 표현한 점이다.

또한 국가폭력과 관련한 내용이나 주민을 학살한 가해 주체도 표지석에 나와 있지 않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한 4·3진상조사보고서는 4·3사건을 '단독정부 수립 반대와 연계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정의했다. 무장봉기를 일으킨 사람들도 '무장대'라고 명시했다.

도는 해당 표지석이 4·3 역사를 왜곡한 것으로 보고 철거 또는 이설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표지석은 사유재산에 속하고 설치한 단체가 현재는 활동이 없는 데다가 주체도 명확지 않아 적절한 행정 절차없이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도는 이 표지석이 설치된 곳이 보행로 이거나 도로 점용허가를 받았는지 등 불법시설물인지를 점검하는 한편 정확한 소유주를 확인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표지석을 볼 때마다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유족과 희생자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소유 관계 등을 확인해 처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는 지난달 28일 제주 4·3평화공원으로 함병선 장군비와 군경 공적비·충혼비를 이설하고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을 세웠다. '바로 세운 진실'은 작년 12월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첫 번째 안내판을 설치한 이후 두 번째로 세워진 것이다.

함병선 공적비는 1949년 6월 제주도치안수습대책위원회 남제주군지회 명의로 당초 오등동 특수전사령부 훈련장 내에 세워졌었다.

안내판에는 4·3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라 함벙선이 육군 제2연대장으로 부임한 뒤 1949년 1월 조천면 북촌리 주민 400명가량의 학살을 주도했고, 2차례 군법회의 최고지휘관으로서 재판 절차 없이 민간인들을 처벌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