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70대 '백록담 등반' 소원…눈보라 뚫고 나타나 도와준 공원 직원들
"기상악화 속 등반 도와…백록담의 기적 선물"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암 투병 중인 노인이 한라산국립공원 직원의 도움으로 가족과 함께 백록담에 오르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냈다.
11일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등반객 A 씨는 지난 1일 아들과 함께 70대 아버지 B 씨를 모시고 한라산 관음사 코스를 올랐다고 한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들 3대의 산행에는 사연이 있다.
A 씨는 "아버지는 평생 산을 사랑한 산꾼이셨지만 췌장암 4기로 함암 치료를 잠시 쉬고 있다"며 "이번 등산은 기력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손자와 함께 백록담에 오르고 싶다는 아버지의 간절한 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A 씨 말을 빌자면 이번 산행은 이들 가족에게 "목숨만큼 소중한 여정"이었다.
산행은 예상대로 사투에 가까웠다.
오전 7시에 시작한 등반은 규정에 따라 오후 1시30분까지는 정상에 도착해야 통제 시간 전에 하산할 수 있었는데 아버지의 체력은 점점 고갈됐고 기상악화까지 겹쳐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오후 1시25분쯤 정상이 코앞이었지만 투병 중인 고령의 아버지에게는 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A 씨가 아버지에게 포기하시라고 말씀하려는 찰나 기적처럼 눈보라와 바람을 뚫고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또 다른 등반객이 나타났다.
A 씨는 "그분들은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아버지를 잡아주고 추위에 떠는 아버지를 위해 점퍼까지 입혀주는 등 마치 가족처럼 돌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통제시간이 가까워져서 낙담하는 B 씨에게 이들은 "아직 1시 30분이 안 됐습니다. 부지런히 가면 딱 맞게 도착하니 어서 가시죠"라며 응원했다.
A 씨는 "그분들 덕분에 아버지는 오후 1시30분 정각에 백록담 정상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사진을 남기실 수 있었다"며 "그분들이 보여주신 따뜻한 마음과 배려 덕분에 아버지는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얻으셨다"고 감사해했다.
이같은 사연은 A 씨가 최근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백록담의 기적을 선물해주셨다"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한라산국립공원 직원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이름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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