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이까지…71명 희생된 4·3 학살터에 치유의 성당 짓는다
천주교 제주교구, 기부금으로 새로운 4·3기념성당 조성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70여년 전 피비린내와 비명으로 가득했던 학살 장소에는 성가가 울려 퍼지고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밝은 사람들의 미소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28일 천주교 제주교구 중문성당은 '치유와 평화를 위한 기념 성당 기공식'을 개최했다.
제주4·3연구소의 '제주4·3 유적' 등에 따르면 지금의 중문성당이 위치한 신사터는 일제강점기 신사(神社)가 있었던 곳으로 대표적인 4·3 학살터로 주민 총 71명이 희생됐다.
특히 1948년 12월 17일 제2연대와 교체를 앞둔 제9연대 토벌대는 '마지막 토벌작전'이라는 명목으로 이곳에서 주민들을 학살했다.이날에만 3살 난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20여 명이 신사터에서 총살당했다.
이후 1957년 한 바드리시오 신부와 브레디 신부가 버려진 땅이 된 신사터에 중문성당을 지었다.
학살이 있었던 장소는 지금의 성당 건물 뒤편 주차장이 있는 곳이다.
중문성당은 2018년 10월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4·3 기념성당'으로 지정했으며, '4·3 기념 십자가'를 세웠다.
중문성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곳에 4·3 정신을 담은 새로운 성당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80억원들을 들여 연면적 1388㎡규모로 새 성당은 2027년 초순 완공을 목표로 15m 높이의 '화해와 상상의 기념탑' 등을 함께 조성한다. 기존 성당은 '치유와 평화의 기억관'으로 활용한다. 성모 경당에는 스페인 '통고의 성모상'을 본떠 제주의 색을 입힌 성모상을 세울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수원교구 성필립보생태마을 원장이자 '청국장 신부'라 불리는 황창연 신부의 막대한 기부금이 큰 역할을 했다. 문 신부는 청국장 판매 수익 30억원을 지원했고 신자 1만여명도 청국장을 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고병수 중문성당 주임신부는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땅에 치유와 평화의 성전을 지은 뜻깊은 장소"라며 "4·3 희생 현장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치유와 평화를 향한 공동체적 사명을 담아 건립하는 데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는 "(새로운 성전이)단순한 기념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오가며 4·3을 순례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 4·3이 전하는 평화의 비전을 전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황창현 신부는 "신앙은 기억하고 기념하는 게 신앙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의 죽음을 끊임없이 기억해야 살아 움직여 2000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다"며 "잊히는 4·3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이번 새성전 계획과 맞물려 교황 레오14세가 방한하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에 교황의 제주 방문 또는 4·3 관련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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